프랑스 국민은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전후세대를 선택했다. 그러나 이민자 2세 출신이 엘리제궁을 처음으로 차지할지, 아니면 여성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탄생할지 여부는 다음 달 첫 일요일(6일)로 미루게 됐다.
프랑스 내무부의 23일 최종 개표 결과 발표에 따르면 집권 우파인 대중운동연합(UMP)의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후보가 각각 31.1%와 25.84%를 득표, 1,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중도 후보로 루아얄을 위협했던 프랑수아 바이루와 극우파 장 마리 르펜은 각각 18.5%와 10.5%에 그쳤다.
좌우 진영을 대표해 진검승부를 펼치게 된 사르코지와 루아얄은 2주간의 짧은 선거운동기간을 의식한 듯 결선 진출이 확정되자 곧바로 디종과 몽펠리에로 달려가 지지층 결집에 전력을 쏟았다. 1차 투표에서 흩어졌던 집안을 단속한 뒤 무주공산인 중도파에 대한 세 확장을 시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사르코지는 “새로운 프랑스의 꿈을 위해 프랑스인들을 하나로 결집케 하겠다”며 프랑스 개혁을 강조했다. 루아얄은 “주식시장의 무자비함보다 인간가치를 원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프랑스를 개혁하자”며 좌파 단합을 촉구했다.
1차 투표 결과와 그동안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결선 전망은 외견상 사르코지가 유리한 모습이다. 1차 투표 후 두 후보의 결선 진출이 예상된 직후 실시된 IPSOS의 여론조사에서 사르코지가 루아얄을 54% 대 46%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투표 결과를 분석해도 상황은 비슷하다. 루아얄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좌파 계열 후보 5명의 득표율 11%를 합해도 좌파지지율은 37%에 그쳐 르펜의 지지층을 더하면 지지율이 41%에 이르는 사르코지를 따라잡기 힘들다. 2002년 대선에서 비 사회당 좌파 후보들의 득표율이 26%였던 점에 비추어 최근 프랑스인들의 보수화 성향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결선이 이념을 바탕으로 한 양자 대결인 만큼 1차 선거의 각종 분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반박한다. 렉스프레스 편집장인 크리스토프 바르비에르는 “결선에서는 후보들의 성격과 이념을 비롯해 각종 시시콜콜한 문제까지 나올 것이므로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81년과 1995년 대선에서도 1차 투표 1위가 2위에게 무릎 꿇은 전례가 있다. 더욱이 사르코지는 지나치게 과감한 개혁과 직설적이고 거친 발언으로 인해 이민계 저소득층 등 ‘반(反)사르코지 세력’의 견제를 받고 있다.
결국 결선은 바이루를 밀었던 중도층의 선택이 최대 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차 선거운동 막판부터 두 후보가 바이루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1차 투표 직후 공개된 CSA의 조사에서 바이루 지지자 중 45%가 루아얄을, 39%가 사르코지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투표를 나흘 앞둔 내달 2일로 예정된 TV토론은 두 후보의 대립된 공약과 장단점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어 결선의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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