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시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산페드로만의 LA항과 롱비치항. 우리나라 수출품을 싣고 출발한 배가 태평양을 건너 미국대륙에 맨 처음 닻을 내리는 곳이다.
주말인 21일에도 부두 곳곳은 100개가 넘는 화물선에서 대형 컨테이너 박스를 옮기느라 분주했다. 컨테이너 박스는 부두까지 뻗어 있는 철도나 10여개의 고속도로 등을 통해 미국 전역으로 수송된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상품(컨테이너 기준)의 40%를 소화하고 있는 미국 1,2위 무역항인 LA항과 롱비치항의 국제무역액은 2003년 2,180억달러, 2005년 2,620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엔 3,000억달러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LA항과 롱비치항은 앞으로 더 분주해질 것이다.
이미 LA항과 롱비치항은 한미FTA 특수를 겨냥,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상태다. 한국어로 된 명함까지 마련한 마사시 모리모토 LA항만청 영업국 부국장은 “한국은 중국과 일본에 이어 LA항의 세번째 무역 거래국”이라며 “한미 FTA로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해 항만 운영시간대를 확대하고 모든 작업을 전산화해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장기적으로는 부두 확장 공사 계획 등을 세우고 있으며 부두에서 바로 연결되는 철도도 정비 중”이라며 “수입되는 한국 상품들도 증가하겠지만 오렌지와 소고기 등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 농축산물의 양이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10년후, 20년후 LA항과 롱비치항은 어떤 모습일까. 미국으로 수출되는 한국 상품들로 넘쳐나게 될까. 아니면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은 별로 없고 한국으로 수출하는 미국상품으로만 가득할까. FTA가 우리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 현재로선 예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실 섬유ㆍ의류만해도 한미 FTA의 가장 큰 수혜 업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미 대부분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탓에 즉각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는게 현실이다.
또 다른 기대 업종으로 알려진 자동차 및 부품도 최근 2년여간 20%에 가까운 환율 하락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2.5%의 관세 철폐가 이러한 추세를 반전시키기는 힘겨운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증가율은 2005년 마이너스 5.2%를 기록, 20대 대미 수출국 가운데 유일하게 후퇴했다. 지난해에도 4.7% 늘어나는 데 그쳐, 중국(18.2%) 일본(7.2%)에 뒤지고 있다. LA항과 롱비치항만 봐도 부두에 가득 쌓인 화물의 70%는 ‘메이드인차이나’다.
협상은 끝났지만 FTA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
승리를 위해선 먼저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김상철 KOTRA LA무역관장은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된 데 이어 이르면 내년 하반기 미국 방문비자까지 면제될 경우 양국 관계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며 “철저한 준비를 통해서 한미 FTA가 한국 상품들의 미국시장 점유율을 상승 반전시키는 모멘텀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A=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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