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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방현석씨 동행 '서울 속 문학투어' 첫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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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방현석씨 동행 '서울 속 문학투어' 첫 행사

입력
2007.04.23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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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이 밀집한 이 곳에서 1979~81년 살았어요. 최저 임금(3,700원)을 받고 살던 사람들과 함께.” 22일 오후 2시 50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가리봉시장으로 들어선 소설가 신경숙(44)씨가 30여명의 독자들에 파묻혀 설명했다.

소설가 방현석(46)씨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하는 ‘서울 속 문학 투어’의 막을 연 행사 ‘문학, 다시 가리봉동을 가다’는 잊혀져 가는 인간의 냄새를 중심으로 새삼 끌어 오는 자리였다.

디지털 단지다 조선족 거리다 해서, 모든 게 작품을 쓸 당시와는 너무 낯설어졌다. 그러나 신 씨의 <외딴 방> (문학동네ㆍ1995), 방 씨의 <내일을 여는 집> (창작과비평ㆍ1991)이 생산해 낸 기억은 첨단의 풍경 아래 또렷이 살아 있었다.

작품을 쓴 작가들의 육성은 이날 오후 2시 시청 앞을 기점으로 가리봉시장_가리봉 5거리_가산디지털 단지 등으로 이동하는 대오를 줄곧 따라다니며 감춰진 낮은 포복의, 뜨거운 시간들을 오롯이 살려내고 있었다.

여섯 살 바기 아들을 데리고 참가한 김정희(34ㆍ대영고 국어 교사)씨는 작품으로 친숙해진 곳을 실제로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아쉬웠다. 그는 “세월이 지나더라도 그대로인 장소가 선정됐으면 한다”며 “대상 작품을 구(區) 단위로 세분한다면 서울시를 재발견한다는 의미도 보태질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에서 달려 온 이미라(29ㆍ논술학원 원장)씨는 “시장을 돌 때 꼼꼼히 설명해 준 신경숙 작가가 고마웠다”며 “악수한 게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이버 문학 동호회인 문장(www.munjang.or.kr) 회원으로 20여일 전 참가를 희망, 3대 1의 경쟁을 뚫고 문학을 공부하는 동생과 함께 참가했다.

인근 카페에서 열린 뒷풀이 시간에는 재즈 기타리스트 신해원씨의 서정적 음악 반주를 배경으로, 두 작가의 발췌 낭독이 펼쳐져 색다른 감흥을 자아냈다.

오후 5시, 끝날 때까지 진행을 맡아 준 신진 평론가 이선우씨는 “아직 서울에는 독자들과 함께 음미할 수 있는, 문학 속의 공간이 많다”며 “다음에는 봉천동 흑석동 등 달동네나 강남을 대상지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주민들과의 마찰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행사를 지켜보던 카페 주인 한만애(51)씨는 “나 아닌 우리를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아직 많다는 사실을 확인한 자리였다”며 “기회만 닿는다면 이런 류의 모임을 더 갖고 싶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오프라인상으로 꼭 만나야만 되는지 회의적인 요즘 작가들을 설득, 섭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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