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네이처가 2003년 황우석 박사가 보낸 줄기세포 논문의 게재를 거부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네이처는 황 박사의 논문이 미국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뒤 “황 박사팀 연구원이 난자를 기증했다”고 보도, 한국 언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네이처의 필립 캠벨 편집장은 19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컨퍼런스에서 기자와 만나 “황 박사팀의 줄기세포 논문이 네이처에 먼저 왔지만 게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황 박사팀의 논문을 왜 거절했느냐”는 질문에“거절 사유는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줄기세포 논문은 프리 서브미션이 있었지만 정식 투고로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리 서브미션은 정식 투고 전 비공식적으로 게재 여부를 문의하는 것으로, 여기서 반응이 좋으면 논문이 리뷰를 거쳐 게재될 가능성이 높다. 네이처가 황 박사팀의 논문 게재에 부정적 입장을 통보한 것이다.
그는 “줄기세포 논문은 황 박사가 (국제 학술지에) 처음 내놓은 것인데, 연구내용에 대해 리뷰 패널(전문가 집단)이 인정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면서 “우리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논문을 게재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논문조작 사태에 휘말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로 사람의 체세포를 복제해 배아줄기세포(사실은 ‘처녀생식 줄기세포’)를 만들었다는 황 박사팀의 성과에 대해 사이언스가 기자회견을 열며 집중 조명한 반면, 네이처는 훨씬 조심스러웠던 셈이다.
캠벨 편집장은 네이처의 ‘연구원 난자 기증’ 보도에 대한 한국의 반응도 꼬집었다. 그는 “좋은 기사였지만 한국의 언론은 네이처를 비판했다”며 “사실 이에 대해 편집장 레터를 썼었지만 출판 전 빼버렸다”고 덧붙였다.
멜버른=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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