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공개된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의 발언은 국내 이익단체의 대 국회 로비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의사협회가 별도 정치조직인 ‘한국의정회’를 통해 관련 분야 국회의원들을 맨투맨식으로 관리하며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며, 정치권 역시 이익단체의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등 부적절한 의정(醫政) 커넥션이 형성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의사협회 불법 로비의 중심엔 의정회가 있다. 이 단체는 의사협회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내는 회비로 연간 7억원 가량의 기금을 모았고, 이 중 상당 액수를 공식·비공식적으로 정치권 로비에 사용했다.
의사협회의 로비는 의원별 성향에 따른 각개약진 방식을 취했다. 의사협회에 적대적인 의원은 후원금 기부 대상에서 제외했고, 국회 입법 과정에서 의사협회를 적극 지지할만한 의원들에겐 정치자금을 지원했다. “A의원은 의사에 대해 한이 많은 사람이다. 대학동기를 통해 노인수발법 반대 부탁을 했는데 우리 입장과 반대로 갔다.
그래서 해당 지역구 의사협회장에게 후원하지 말라고 했다”는 장 회장의 발언은 이를 뒷받침한다. 대신 의사협회는 우호적인 국회의원 3명에게 매달 200만원씩 600만원을 정기적으로 지원했다.
의사협회는 연말정산 간소화와 관련된 소득세법 개정을 위해 한나라당 A의원에게 현금 1,000만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연말정산 간소화는 의사협회가 줄기차게 반대 해온 시행령이다. 장 회장은 발언록에서 “그 사람이 맨입에 하겠느냐. 연말정산 때문에 현찰로 1,000만원을 줬다. 1,000만원 주니까 전화 한 번 하면 어느 단체라도 만나자 하는 것이 사람이다”라고 공개했다.
의원 보좌관과 의회 전문연구위원에겐 향응도 제공됐다. 이와 관련, 22일 열린 제59차 의사협회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법인카드 사용이 의심스럽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의원총회 감사보고 내용에 따르면 장 회장이 충북 청주시를 방문한 2월 13일 서울 종로구 모 술집에서 292만원이 결제됐다. 장 회장은 “식사하라며 법인카드를 보좌관 등에게 맡기는 경우가 있다”며 “일회 접대비 300만원, 400만원 지출은 종종 있는 일이고, 이는 어느 보건단체에서든 다 용인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접대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장윤철 의사협회 총무이사는 한나라당 보좌관 9명이 참가한 금강산 행사에 따라가 직접 접대를 하기도 했다. 장 회장은 “의료법 때문에 우리 사람 만들려고 거마비 집어주고 술을 먹인 것”이라며 “이렇게 해서 ‘의심처방 의사응대 의무화법안’이 법안소위에서 부결될 수 있었다(실제는 계류됐다가 23일 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함)”고 평가했다. 이 법안은 약사가 의사의 처방이 의심스러워 전화를 했을 때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의사를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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