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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황사의 전원 커얼친사막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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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황사의 전원 커얼친사막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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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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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가 불면 주민들은 3일 동안 밖에 나갈 수 없다. 낮에도 밤처럼 어두컴컴하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이 때문에 주민 대다수가 이미 마을을 떠났다.”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내 칸치카(甘旗)시 후지얼(胡吉爾)촌의 류메이진(40ㆍ柳美今) 촌장은 황사를 ‘스샤(死沙ㆍ죽음의 모래)’라고 불렀다. 이곳에 황사가 한번 불어 닥치면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목숨까지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중국 동북부 지방의 커얼친(科爾沁) 사막 입구에 위치한 이 지역은 급속한 사막화로 농사조차 지을 수 없는 황무지였다. 주민들의 집 마당은 모래로 가득 차 모래사장이나 마찬가지였고, 10년 전만 해도 소와 양을 방목했던 인근 언덕은 잡초하나 찾아볼 수 없는 모래 언덕으로 변한 지 오래였다.

1999년부터 커얼친 사막 인근에 식수(植樹)사업을 벌여온 ‘황사를 막기위해 나무를 심는 사람들’(황막사) 대표 박준호(58ㆍ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년 전만 해도 산에 목초가 듬성듬성 있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모래 산으로 변했다”며 안타까워했다.

황막사 회원들은 약한 바람이 부는 맑은 날씨에 나무 심기를 시도했지만, 모래가 심하게 날려 포기했다. 바깥에 나선지 1시간이 지나자 귀속에 모래가 가득할 정도로 사막화는 심각했다.

매년 서울시 4배 면적이 사막화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황사 진원지인 커얼친 사막의 확장 속도는 무서울 정도다.

랴오닝(遙寧)성 임업연구소의 왕주안진(王殿金) 서기는 “사막의 확장속도가 1년에 1~2㎞에 달한다”면서 “이런 속도라면 30년 안에 랴오닝성 성도(省都)인 선양(沈陽)시도 사막화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선양에서 불과 100여km 떨어진 신민(新民)시를 벗어나자 밭 곳곳에 모래가 쌓이는 등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커얼친 사막 인근 지린(吉林)성의 피해도 적지 않다. 매년 지린성 지역의 1.4%인 2,600㎢가 사막화로 불모의 땅이 되고 있다. 서울시의 4배가 넘는 면적이다. 현재 사막화한 땅만 21억평에 달한다.

후지얼촌이 황무지가 되면서 현재 생산 가능한 농산물은 옥수수가 유일하다. 양이나 소를 길러온 사람들에게 목초지의 상실은 재앙이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크고 작은 호수와 하천이 모두 메말라 먹을 물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황사 피해로 주민들은 대부분 생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류 촌장은 “수년 전만 해도 양과 소를 기를 수 있어 월평균 소득이 월 600위안(7만원)정도 됐지만 지금은 200위안(2만4000원)도 되지 않는다”면서 “동네 어린이 대부분이 돈이 없어 소학교(초등학교)에도 다니지 못하고 있고 젊은이들 역시 직업 없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사막화 따라잡지 못하는 식수사업

중국 정부와 한국의 민간단체들이 대규모 식수사업을 하고 있지만 사막화 속도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다. 사실상 모래사장에 나무를 심는 작업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사막에 나무를 안정적으로 심는 작업은 무척 까다롭다. 강풍이 불어 지형이 바뀌는 것을 막기 위해 일단 볏집으로 가로 세로 각각 3m의 방풍구역을 만든다. 이어 볏집에서 1m 내에 가뭄에도 잘 자라는 감초를 심어 뿌리를 내리게 한다. 감초가 뿌리를 내리면 지반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감초가 어느 정도 자라면 가뭄에도 잘 견디는 어린 소나무나 백향나무를 심는다. 하지만 9㎡에 이르는 모래밭에 3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을 수 없다. 지하에 수분이 거의 없어 그 이상 심으면 모두 고사하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식수 작업이 까다롭다 보니 사막화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들다”며 “사막화에 따른 황사피해를 막으려면 중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힘을 합쳐 대규모 나무심기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와 함께 식수사업을 진행 중인 대한공인중계사협회 김준현(50) 회장은 “올해 17만 그루에 이어 내년엔 100만 그루를 심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칸치카(중국)=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 활동 돋보이는 ‘황막사’

중국 본토에 나무를 심어 황사를 막을 목적으로 1999년 박준호 명지대 교수가 만든 민간봉사단체다. 박 교수는 일본인들이 중국 네이멍구 지역에 나무를 심어 국가 이미지 개선에 힘쓰자 한국도 뒤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중국 식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1997년 중국 칭다오(靑島)내 최대 코리아 상업타운을 기획하고 만들었던 박 교수는 “중국에서 만큼은 일본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식수 사업은 초기만 해도 초라했다. 박 교수는 부동산 강의를 통해 번 돈 500만원을 네이멍구 식수에 투자했다. 2002년 신화통신사가 박 교수의 이런 활동을 집중 조명하면서 국내외 회원들이 동참하기 시작했다. 초기 40여명에 불과하던 황막사 회원은 9년만에 300여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황막사가 성장하게 된 데에는 대한공인중계사협회의 힘도 컸다. 김준현 대한공인중계사협회 회장은 2000년부터 황막사에 매년 수백만원을 지원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 올해부터는 박 교수가 고문으로 있는 중견 부동산컨설팅회사 ㈜다우 리치웨이사도 동참했다.

황막사 대표인 박교수는 “식수사업 10주년인 내년에는 NOG로 등록한 후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과 함께 1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황사 예방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 커얼친(科爾沁) 사막

중국의 4대 사막 중 하나로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遙寧)성에 걸쳐 있다. 북한 신의주와는 불과 5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한반도 황사 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면적은 5만600㎢이며 바람에 따라 지형이 바뀌는 '유동(流動)사막'이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대규모 초원지대였지만, 중국 정부가 대규모 개간에 나서면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유엔은 최근 황사의 새 발원지로 떠오른 이 곳을 '유동사막 재해지역'으로 선포했다.

손재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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