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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0시까지 학교가 깨어있어요/ 서울 당산초등학교 방과후 교육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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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10시까지 학교가 깨어있어요/ 서울 당산초등학교 방과후 교육프로그램

입력
2007.04.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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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에도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을 가동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당산초등학교가 방과 후 보육 프로그램을 밤 10시까지 운영해 학부모들이 크게 반기고 있다.

보통 초등 보육프로그램은 저녁 무렵에 끝나는 경우가 많아 “운영 시간을 늘려달라”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적지 않았다. 프로그램 운영 시간이 맞벌이 부부 퇴근 시간대(오후 6~8시)보다 일러 자녀들이 길게는 2시간 여 동안 ‘공백 상태’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성현이의 하루

오후 2시가 가까워질 무렵 박성현(11)군의 학교 수업은 모두 끝난다. 다른 친구처럼 집으로 곧장 가거나 학원으로 갈 법도 하지만, 박군에게는 또 다른 ‘제2의 학교 생활’이 기다리고 있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월~금요일 매일 1시간씩 피아노 교습을 받는다. 이미 ‘체르니 30’을 칠 정도로 실력이 수준급인데다 최근 담당 강사로부터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칭찬을 받아 은근히 기분이 좋은 터였다.

수요일에는 영재속독 수업이 오후 3시부터 대기 중이다. 책의 내용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 들이는 프로그램으로, 동네엔 배울 만한 곳이 마땅치 않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 공부도 만만치 않다.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6시~8시에는 ‘집중 수학 탐구교실’에서 공부한다. 그 전에 저녁밥을 먹고 강당이나 운동장에서 배드민턴을 치며 친구들과 노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재미다.

어머니 강경옥(49)씨가 아들을 데리러 오는 시각은 대략 오후 9시께. 평소 회사일로 바쁜 강씨는 “특기적성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수준도 괜찮고 다양하다.

무엇보다 학교라서 마음이 놓인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예전에는 부부가 맞벌이를 나가고 집에 아이를 혼자 남겨 두는 경우가 많아 신경이 쓰였다는 그였다. 사교육비 부담도 많이 덜었다.

영재속독(7만5,000원) 피아노(12만원) 수학(15만원) 수업에 드는 총 수강료는 34만5,000원(3개월치)였다. 한 달에 11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어떻게 운영하나

맞벌이 부부의 자녀들은 학교가 일찍 끝나면 학원에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거나 부모 없는 집에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당산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12월 기초 조사를 통해 절반 이상 가정의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때마침 올해 3월 인근 지역에 선유초교가 신설돼 신입생이 분산되면서 남는 교실이 7개나 생겼다. 결국 교실 4개는 영어체험학습 공간으로, 2개는 보육교실, 1개는 피아노교실로 탈바꿈시켰다.

4월 시작된 방과후 특기적성프로그램 오후반(1시~5시)에는 580여명의 학생이 14개 영역에 참여하고 있다. 바이올린 플루트 바둑은 물론 클레이아트(점토공예)까지 배울 수 있어 선택의 폭이 넓다.

원어민 영어교실은 매일 1시간씩 열려 지속적으로 회화를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저녁반(6시~8시)에 참여하는 학생도 100명 가까이 된다. 수학 영어 독서논술 등 교과 내용을 깊이 배울 수 있는 한편 중국어와 피아노 등 특기교육도 받는다.

맞벌이 가정의 근본적인 고민은 보육에 있다. 자녀에게 무엇을 더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은 퇴근하기 전까지 아이를 제대로 맡기고 돌봐 줄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아 애태운다.

당산초는 올해 정년퇴임을 한 전직 교장을 ‘방과후 학교 교장’으로 초빙해 전담교사 2명과 함께 남녀 학생 42명이 집에 돌아가기 전까지 돌보게 했다. 밤 9시께 집에 가는 학생은 9명, 10시께 귀가하는 학생도 5명이나 된다.

송승현 교장은 “아직도 10여명의 학생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저녁도 제때, 그것도 혼자 먹을 일이 없으니 학부모나 아이들이 흐뭇해한다”고 말했다.

박원기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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