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 되면 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들은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를 타고 태평양 망망대해로 떠난다.
하와이에서 남동쪽으로 2,500㎞ 떨어진 곳에 우리나라가 독점적 개발권을 갖고 있는 단독 개발광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 수심 5,000m 바닥에는 ‘바다의 검은 진주’라고 불리는 망간단괴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면적은 남한의 4분의 3에 달하는 7만5,000㎢ 규모이다.
망간단괴는 검은 색의 둥글둥글한 금속광물 결집체로, 산업분야에서 핵심소재로 쓰이는 망간뿐 아니라 구리, 니켈, 코발트와 같은 유용한 금속광물을 다량 함유한 ‘바다의 보물’이다.
예를 들어 니켈은 화학ㆍ정유시설, 전기제품, 자동차 관련 소재로 쓰이며 구리는 전기전자, 자동차 엔진, 건축 설비 등에 두루 쓰인다.
코발트는 전기통신산업, 항공기 엔진 등의 항공우주산업, 첨단의료기기 산업 등의 소재로 쓰이고 있다. 주성분인 망간은 수송, 기계, 건축 등에 필요한 철강산업의 필수 소재이다.
하지만 2000년 우리나라 금속광물의 자급률은 1% 미만으로 수입액만 50억 달러에 이르렀으며, 2010년에는 그 양이 급속하게 증가해 1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필요자원을 이처럼 거의 전량 해외에 의존하기 때문에 심해자원 개발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망간단괴는 1㎜ 성장하는 데 수 십 만년이 걸릴 정도로 매우 느리게 자라기 때문에 퇴적물이 빨리 쌓이는 대륙붕이나 대륙사면에서는 만들어지지 않고 주로 수 천m 깊이의 심해분지에서 형성된다. 심해 기술 개발이 필수적인 이유다.
우리나라가 심해의 해양광물자원 개발에 뛰어든 것은 1980년대부터다. 1983년 하와이대학의 연구선을 임차해 처음으로 심해저 탐사를 수행한 우리나라는 1992년 건조된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가 투입되면서 독자적인 탐사를 수행했다.
그 후 유엔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킴으로써 1994년 세계에서 7번째로 유엔 산하 국제해저기구(ISAㆍInternational Seabed Authority)로부터 태평양 공해상의 클라리온_클리퍼톤에 15만㎢의 할당광구를 인준 받았다.
할당광구 획득이후 8년 동안 선행투자가에게 부가된 의무사항을 충실히 이행함으로써, 2002년에는 7만5,000㎢의 우리나라 단독개발광구를 확정 받았다.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의 지원으로 현재 2010년 이후 상업생산 기반구축을 목표로 개발등급 선정 및 최적 채광지 확보를 위한 광구정밀탐사와 채광에 의한 인위적 환경변화 평가를 위한 환경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망간단괴를 효율적으로 채취하기 위한 집광기와 양광기를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함유 금속을 경제적으로 추출할 수 있는 제련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이 밖에 구리, 아연, 금, 은 등이 풍부한 해저열수광상과 코발트가 풍부한 망간각 자원에 대한 독점탐사권 및 개발권 확보를 목표로 1999년부터 피지 및 통가, 괌 등의 공해지역 해저산을 대상으로 1년에 약 40일간의 탐사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 광구에는 최소 5억1,000만톤의 망간단괴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제적인 가치는 약 1,500억달러(약 138조원ㆍ2010년 예상가격 기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상업생산이 이뤄지는 시점에서 연간 300만톤 씩 100년 이상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연간 300만톤 씩 망간단괴를 생산할 경우 망간과 코발트는 국내 수요를 전량 충족할 수 있으며, 니켈은 17%, 구리는 1% 정도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경제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거대 국가들이 에너지 자원이나 광물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임으로써 원자재 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우리에겐 대단한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통신 및 전력사업에 필수적인 구리의 경우, 2004년 기준 톤 당 가격이 3,000달러로 2000년에 비해 두 배가량 폭등했다. 가격 상승보다도 더 중요한 문제는 현재 채굴되고 있는 육상 광물자원의 공급원이 밑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구리의 경우 201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2050년에는 육상 자원의 고갈이 예측되고 있다.
광물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특히 자원의 부존량이 전무한 우리에게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은 필수적이다.
심해를 개발한다는 것은 인류가 접근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미래자원을 개발한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는 다행스럽게도 선진국들이 수 십년에 걸쳐 이룩한 성과를 따라잡을 수 있는 집약된 해양과학기술 및 산업기반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다만 단독광구를 신청,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뮌?자원분포 자료의 확보가 시급하며, 이를 위한 적극적 투자와 연구활동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수세기가 인류문명의 터전인 육상을 개발하면서 산업발전을 지속해왔다면 앞으로는 해양과 심해저 개발이 인류 산업발전과 문명을 지탱하는 동력으로 대두될 것이다. 해양과 심해개발은 우리의 확실한 블루 오션이다.
형기성ㆍ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원
■ 탐사서 채취까지 고난도… 예산부족 탓 中에 '추월'
5,000m 심해의 해양자원을 캐내는 것은 고난도 작업으로 우리나라 기술력은 아직 초보단계다. 국내 기술진은 2010년께 선진국 수준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바닷속 망간단괴를 캐내기 위한 첫번째 단계는 지형관찰을 통해 어느 지역에 망간단괴가 많이 분포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심해저를 정밀 촬영해 지형의 생김새와 자원의 분포, 질 등 각종 해양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심해저 카메라와 원격조정 무인잠수정 등이 필요하다.
이렇게 얻은 정보를 통해 최적의 망간단괴 채광지역이 정해지면 곧바로 이를 채취할 수 있는 최첨단 해양장비 등이 본격 투입된다.
우선 광물을 채집하는 집광기(集鑛機)가 심해저를 샅샅이 훑으며 망간단괴 등을 빨아 들여 이송 가능한 크기로 잘게 부순다.
집광기에서 모아진 망간단괴 등 광물자원은 ‘양광(楊鑛ㆍ광물을 끌어올리는)시스템’을 따라 중간 저장소까지 보내진 뒤 다시 대형 수중 펌프를 통해 바다 위 채광선까지 올려진다.
여기서 인근 운반선으로 옮겨진 망간단괴는 제련과정을 거쳐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 세부 광물로 나뉘게 된다.
해양연구원은 양광시스템을 개발, 25일 거제도 고현항 앞바다 해저 30m에서 실험에 나선다. 연구원은 실험에 성공할 경우 앞으로 500m, 1,000m, 5,000m 등 심해에서 망간단괴를 캘 수 있는 기술개발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연구원은 폭 3.8m, 길이 3.9m로 실제 크기의 10분의1 규모로 제작 중인 소형 집광기(9톤)도 올해 말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은 1978년 태평양 심해저(5,000m)에서 양광시스템 및 집광기 실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97년 일본(2,200m)과 인도(500m)를 비롯해 2001년 중국 역시 수심 140m에서 실험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말만 해도 우리나라의 심해저 채광 기술이 중국보다 8년 가량 앞섰지만 지금은 중국보다 8년 가량 뒤쳐져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심해저 기술개발에 투입되는 예산이 중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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