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의 범인인 조승희씨의 가족들은 사건 발생 닷새째인 21일까지도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의 누나는 20일 변호사를 통해 AP통신에 전달한 사과성명에서 “우리는 희망도 없고, 어디 하나 기댈 수도 없는 상실감에 빠져 있다”고 참혹한 심경을 전하면서도,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게 깊이 사과했다.
조씨의 누나가 화자로 된 성명은 우선 “우리 가족들은 저의 남동생이 저지른 참혹한 행위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느끼고 있습니다. 32명의 무고한 인명이 이번 주에 끔찍하고 무모한 비극으로 희생됐습니다”며 “어떤 말로도 우리가 느끼고 있는 슬픔을 표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비통한 심정입니다”라고 고통스런 심경을 토로했다.
조씨 가족들은 이 같은 심정에 따라 일상의 대부분을 기도로 보내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성명은 “4월16일 이후 매일, 저희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저는 희생자(희생자들의 이름 모두 거명)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을 그들의 가족들과 사랑했던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상한 사람들과 목격하고 경험한 것들 때문에 영원히 일생이 변하게 된 사람들을 위해 기도합니다”고 적었다.
조씨 가족은 또 성명에서 “이 사람들은 모두가 사랑과 능력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끔찍하고 지각 없는 행동 때문에 제명을 다하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게 됐다”며 “동생은 제가 함께 자라고 사랑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이 사람을 알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며 조씨의 행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원망과 믿어지지 않는 사실에 대한 당혹스러움도 나타냈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항상 가깝고 평화롭고 사랑했던 가족이었습니다. 저희 동생은 말이 없었지만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동생이 그런 엄청난 폭력을 저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악몽 속에 살고 있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조씨 가족은 수사에 대해 “우리 가족은 당국이 왜 이런 지각 없는 행동이 벌어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을 돕기 위해 계속 전적으로 협력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의연하게 현실과 마주하려는 안간힘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같은 사과성명은 1999년 콜로라도주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 사건 후에도 나왔다. 2명의 학생이 12명의 동료학생과 교사 1명을 사살한 이 사건 후 범인 가족들은 CNN을 통해 희생자 유족들과 국민을 상대로 사과성명을 냈다.
한편 조지프 퍼시치니 FBI 워싱턴지부장은 21일 조씨 부모의 근황에 대해 “신체적으로는 전혀 이상이 없으나, 아들의 씻을 수 없는 범죄행위 때문에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퍼시치니 지부장은 주미 한국대사관측과의 접촉에서 “조씨 부모가 어디에 있는지는 우리도 자세히 모른다”며 “다만 우리와 전화로 연락은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당국자들은 조씨 부모가 워싱턴 일대에 은신하고 있으며 친척 및 친구들과 함께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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