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실시된 프랑스 대선은 역대 선거 중 가장 치열했던 선거로 기록됐다. 특히 프랑스 사상 첫 여성 대통령 탄생과 이민자 출신 첫 대통령 당선 가능성, 전후 세대로의 정치적 세대교체, 극우파의 이변 재연 조짐 등 굵직한 이슈로 이번 선거에 세계적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1차 투표는 ‘프랑스호’를 이끌어갈 선장을 선택하는 데 실패했다. 집권 우파의 니콜라 사르코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 중도의 프랑수아 바이루, 극우파의 장마리 르펜 등 선두주자들이 10~30%대의 지지율을 골고루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과반 득표자가 나올 가능성은 선거초반부터 희박했다. 어느 후보도 프랑스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만큼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았고, 이슈 차별화에도 실패했던 탓이다. 유권자들은 고만고만한 후보들로 인해 투표 직전에도 누구에게 표를 던져야 할 지 마음을 정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털어 놓았다.
프랑스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변화를 갈구했다. 유럽연합(EU) 통합 후 바뀌어진 정치 및 경제 상황, 산업의 경쟁력 약화, 드센 노조 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 줄 새로운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역할을 50대의 전후세대인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반영해줄 것으로 기대됐으나 잇단 말 실수와 인신공격 등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실망감만 안겨주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로드니 게르(35)씨는 “프랑스인들은 정말 변화를 원했지만 어느 후보도 변화를 위한 정국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 동안의 여론조사과 현지 언론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사르코지와 루아얄이 결선에 맞붙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경우 내달 6일 결선의 이슈는 좌우의 이념대결로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르코지는 2주간의 선거운동기간 동안 극우파인 르펜과, 루아얄은 바이루와 각각 제휴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로 인해 결선투표도 예측 불허의 일전이 될 것 같다. 사회당에 실망해 바이루로 방향을 틀었던 좌파 지지층이 루아얄쪽으로 다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20일 마지막으로 공개된 CSA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루가 4위로 처지고 루아얄의 지지율이 높아진 사실은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한다. 가상 결선에서도 그 동안 지속된 사르코지의 우세상황을 깨고 두 후보가 지지율 50%로 동률을 기록했다.
루아얄이 바이루나 르펜의 선전으로 결선진출에 실패할 경우 사회당은 몰락에 준하는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2년 대선에서 르펜의 대이변에 희생된 데 이어 이번에도 전철을 밟게 된다면 사회당은 프랑스 핵심 정당의 역할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대선이 끝나면 곧바로 6월에 총선이 치러진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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