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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를 스스로 키우는 기업 환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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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위기를 스스로 키우는 기업 환투기

입력
2007.04.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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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이 과도한 투기성 외환거래를 하고 있다고 한국은행이 이례적으로 공개 경고를 했다. 적발된 몇몇 중소기업의 경우 마치 주식투자를 하듯 전담 팀까지 두고 일중매매(데이 트레이딩)를 했는가 하면 한 대기업은 지난해 영업에서는 큰 이익을 냈지만 환투기에서 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를 내기도 했다.

한은이 갑자기 기업의 환투기를 문제 삼는 배경은 일차적으로 파생금융 거래의 위험성을 환기시키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현물환, 선물환, 스와프 같은 파생금융 상품들은 환율의 급격한 변동 위험을 막기 위한 장치이지만 투기적 거래의 수단으로도 널리 이용된다.

그만큼 거래의 위험성도 높아 고도의 전문지식이 없이는 다루기 힘든 분야다. 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영국의 베어링그룹은 싱가포르 지사의 한 딜러가 주식파생상품에 잘못 투자하는 바람에 파산한 바 있다.

한은의 경고는 기업의 투기성 거래가 가뜩이나 취약한 국내 외환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원화 강세를 예상하고 이에 대응하는 거래를 함으로써 원ㆍ달러 환율 하락세가 가속화하는 악순환이 빚어진다는 판단이다.

거래량 상위 6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도 20여 개 기업에서 투기적 거래가 적발됐을 정도다. 한은 발표에 앞서 정부와 금융감독원이 외국계 은행을 통한 과도한 외화 차입으로 단기 외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경고를 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내수보다 수출에 더 의존해야 하는 국내 기업 입장에서 환율변동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노력은 오히려 장려할 일이다. 하지만 위험 분산 차원을 넘어선 투기적 거래는 해당 기업이나 외환시장 모두에 치명적 독이 된다. 기업들이 투기적 외환거래에 매달린다면 고유의 경영활동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금융거래가 복잡해지고, 고도화하면 할수록 금융감독 당국의 대응력에도 상응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기업들의 이기적 거래만 탓할 일이 아니다. 외환위기의 재발 가능성을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는 정교하고 튼튼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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