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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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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루이스 부르주아展

입력
2007.04.22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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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6세의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삼성미술관 리움의 야외 공간과 신세계백화점 본관 옥상에 있는 거대한 청동 거미가 그의 작품이다. 거미줄을 쳐서 다른 곤충을 잡아먹는 거미는 새끼를 보호하며 가정을 지키는 어머니의 상징이다.

개관 25주년을 맞은 국제갤러리가 새로운 전시공간으로 갤러리 뒷편 골목에 신관을 열고 첫 전시로 루이스 부르주아의 추상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활동 초기인 1940년대 대표작부터 근작 드로잉까지 25점을 가져왔다.

그의 작품은 매우 자전적이다. 그에게 예술은 어린 시절 겪은 내면의 상처를 치유하는 행위다. 그는 프랑스 파리, 양탄자 수선이 가업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한 식구인 가정교사를 정부로 삼고도 뻔뻔했고, 병약했던 어머니는 이를 못 본 척 눈감아줬다. 그런 아버지에 대한 증오와 어머니에 대한 연민이 창작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는 “예술은 카타르시스다. 내가 경험한 상처, 증오, 연민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나에게 예술은 두려움을 넘어서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세계는 어떤 양식이나 범주로도 설명하기 힘들 만큼 대단히 독창적이고, 한 작가의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다양하다. 길고 가느다란 기둥 모양의 인물상부터 성기나 유방 같은 성적인 이미지를 재구성한 에로틱하고 기이한 조각, 안식처이면서 또한 감옥 같은 가족과 집을 형상화한 설치작업까지 스펙트럼의 폭이 넓다.

이번 전시에는 여성의 가슴과 눈알을 새긴 2톤 짜리 대리석 작품부터 고무와 청동, 나무, 알루미늄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나와 있다. <출구 없음> (1989)은 그가 어릴 때 살던 집의 낡은 나무 계단과 그것을 병풍처럼 에워싼 칸막이, 계단 아래 양쪽에 놓인 두 개의 공으로 이뤄진 설치작품이다.

두 개의 공은 남자의 고환을 암시한다. 더 이상 갈 곳 없이 허공에서 뚝 끊어진 계단과 그 뒤편 은밀한 공간은 인간의 근본적인 불안감과 도피심리를 표현한다.

<밀실 ⅷ> (1998)은 보호와 동시에 억압의 상징으로서 집의 개념을 집약한 작품이다. 빙 둘러 막은 철망 울타리 안에 양탄자와 천, 옷가지를 걸쳐 놓고, 그 한복판 조명이 떨어지는 자리의 하얀 대리석 덩어리에 두 개의 작은 귀를 조각해 아버지의 불륜 현장을 몰래 듣던 어린 시절을 환기시킨다.

이 작가는 조각가로 나선 지 30년도 더 지나서, 나이 70이 가까워서야 비로소 유명해졌고 작품이 팔리기 시작했다. 1982년 뉴욕 근대미술관(MoMA)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회고전을 했고,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있었고, 국제 갤러리와는 2002, 2005년에 이어 이번 전시까지 세 번 인연을 맺었다. 6월 29일까지. (02)733-8449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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