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특히 외국어고 입시에서 영어 듣기 실력이 합격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2~3년간 듣기문제 유형이 다양해지고 난이도도 높아진 까닭에서다.
먼저 2005년 이전 시험을 보자. 서울권 경기권 등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소위 수능식 듣기와 독해식 듣기의 혼합형으로 나눌 수 있다.
수능식 영어듣기란 ‘다음 대화를 듣고 대화하는 장소를 고르시오?’ ‘다음 대화를 듣고 남자가 전화를 건 목적을 고르시오?’ 식의 문제 유형이다.
이에 비해 독해식 듣기는 1분 정도 영어지문을 먼저 읽게 한 뒤 내용과 관련된 질문을 들려주고 다시 지문형태의 답을 고르는 문제다.
대원ㆍ한영외고 등 서울권 학교들은 과거 수능식 듣기문제로 출제했다. 하지만 수능식 문제에 적응한 만점자가 속출하면서 독해식 문제를 추가로 도입하는 방식으로 변별력을 꾀했다.
경기권 외고는 영어문제 45문항 중 25문항 정도를 듣기시험으로 출제했다. 수능 영어(총 50문항 중 17문항 듣기)보다는 듣기 비중이 높았지만 서울권 외고에 비해 듣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최근 즉, 2006년과 2007년 입시 출제 경향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적어도 5가지 새로운 특징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수능식 듣기 유형이라고 해도 직업, 시간, 장소 등을 묻는 단답형 문제보다는 듣고 일치하는 내용을 고르게 하거나 듣고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추론하는 문제, 글의 순서나 그림 순서, 도표 이해 등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실생활에 활용되는 어휘력을 체크하는 문제도 있다. 요가 동작에 대한 설명을 듣게 한 뒤 적당한 동작 그림을 고르게 하는 2006년 안양외고 문제가 그것이다.
둘째, 과거 서울권 학교에서 출제하던 독해식 듣기 문제는 교육청 등의 지적에 따라 독해지문을 보여주는 대신 지문을 듣고 푸는 문제, 지문 뿐 아니라 문제와 보기조차 모두 알아들어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등장했다.
셋째, 대화식 문제는 지문이 길고 빨라졌으며, 토플(TOEFL) 형식의 긴 장문듣기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넷째, 수학문제, 심지어 IQ테스트 문제를 방불케 하는 유형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의 한영외고 2006년 26번 문제(3분짜리)를 보자.
In recent vote Sangil's class, the victorious candidate exceeds in his opponents by 4, 6, 8 votes. Everybody voted and every candidates got more than 2 votes.
(최근 상길이네 학급에서 실시한 투표결과 최고 득표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각각 4,6,8표를 더 많이 얻었다. 학생 모두 투표에 참여했고 모든 후보가 2표 이상 얻었다.)
What is the least possible number of students in Sangil's class?
(상길이네 반 학생수는 최소 몇 명인가?)
끝으로 시사적인 배경지식이 있어야 풀 수 있는 문제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미국 내 히스패닉 근로자의 직장 사망률에 대한 자료를 들려준 뒤 사망률 추세 그래프를 고르는 한영외고 2005년 20번 문제의 경우 평소 영자신문 등을 접하지 않은 학생들은 상당히 당황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결론적으로 최근 듣기 추세는 수능식이라고 해도 문제 유형이 다변화하고 지속적인 변이를 거치고 있다. 이전의 독해식 듣기는 사라진 반면 듣기 내용 자체가 아예 독해 지문화 해 어려워졌다.
예문과 질문, 답의 보기조차 완벽히 듣고 이해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도 등장하고 있다. 문장길이는 400~500 단어 수준에 달하고 원어민의 말하는 속도는 빨라지는 추세다.
한편 한국외대 부속 외고는 토플과 토익(TOEIC)의 대화문제 혼합형인 비교적 평이한 플렉스(FLEX)형 문제를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예외적인 경우라 하겠다.
DYB 최선어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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