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에게 장시간 폭언을 퍼부은 30대 시민이 모욕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관에 대한 직접적인 폭행과 협박 등으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돼 구속된 사례는 있었지만 폭언으로 인한 모욕죄로 구속되기는 처음이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요금 문제로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지구대 경찰관과 담당 형사에게 2시간 가까이 욕설을 한 회사원 염모(31)씨를 모욕과 상해 혐의로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염씨는 18일 오후10시50분께 술을 마시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서 택시를 타고 서대문구 남가좌동에 도착한 뒤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치다 택시기사 김모(51)씨를 넘어뜨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에게 노상에서 마구 욕설을 했다. 염씨는 지구대에서도 “죽여 버린다. 대머리 까진 ○○야. 개만도 못한 ○○야”라며 최모(42) 경사 등에게 1시간 정도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염씨의 폭언은 조사를 받기 위해 인계된 경찰서 형사과 사무실에서도 40분 가량 이어졌다. 염씨는 다른 사건 관련자들이 있는 자리에서 당직 근무 중이던 김모(50) 경사 등에게 “내가 욕한 걸로 구속시켜 봐라. 풀려나가면 다 죽여 버린다”며 협박성 욕설까지 했다.
참다 못한 지구대 경찰관 2명과 서대문경찰서 형사 1명은 19일 CC(폐쇄회로)TV로 찍은 증거 자료를 바탕으로 염씨를 고소했다. 모욕죄는 친고죄로 분류돼 욕설을 당한 사람이 직접 고소해야 범죄가 성립한다. 법원도 20일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염씨의 폭언 정도가 워낙 심하다고 판단해 15분 정도 훈계한 뒤 곧바로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 경찰관에게 장시간 폭언을 하면 무관용 원칙을 고수해 엄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모욕죄가 적용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