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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연금법 '개혁아닌 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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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연금법 '개혁아닌 개악'

입력
2007.04.22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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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합의로 국민연금법 개정이 종착역을 앞에 두고 있다. 2003년 10월 첫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3년 6개월 만이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제도는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식이어서 태생적으로 재정악화 문제를 안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뻔하기에 개혁은 시급한 과제였다. 따라서 재정고갈을 막으면서 연금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게 개혁의 목표가 됐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게 골자인 양당 합의안이 개혁의 당위성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 고개를 가로 젓는다. 양당 합의가 부실을 예고하는, 전형적인 '주고받기' 타협이었기 때문이다.

양당의 합의 과정에서 정책 대결은 사라지고 정치 논리만이 작용 했다. 열린우리당은 보험료율의 점진적 12% 인상안을 버렸고, 한나라당은 당 색깔에 반한다는 지적을 듣던 기초연금제도 도입을 포기했다.

양당은 대신 급여율 40% 인하안에 손을 잡았다. 연금기금 고갈이라는 '시한폭탄'의 시침을 늦춘 대신 돈을 더 걷는 데 따른 눈앞의 정치적 부담을 제거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대선 표 계산을 앞세운 눈가림 개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치적 졸속 타협의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게 됐다. 전문가들은 "합의안이 연금기금 고갈 예상년도를 2047년에서 14년 뒤로 미뤘지만 수령액이 줄어들어 노후보장이라는 연금제도의 본분에는 맞지 않다"고 성토하고 있다.

내년이면 국민연금은 5년마다 연금의 재정상태를 점검, 재조정하는 '재정재계산'에 들어간다. 연금제도를 개혁할 기회가 다시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혁을 '개악'으로 변질시키는 정치권이 존속하는 한 튼실한 노후보장제로서의 연금법 정착은 요원하다.

라제기 사회부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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