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는 다른 선거에 비해 정당보다는 후보의 인물과 자질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선거이다.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회고투표(retrospective voting)보다 전망투표(prospective voting)를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대통령 선거는 주요 후보들이 내세우는 국정운영의 비전과 가치가 경쟁하는 과정이다. 국민 마음속에 뭉쳐있는 답답함을 집어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집약된 '새로운 미래 가치와 비전'을 제시해야 지지자들을 모을 수 있다.
이번 조사는 국민이 원하는 차기 대통령의 자질과 능력을 여러 차원에서 보여주고 있다. 우선 차기 대통령의 연령은 50대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68.4%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학력은 '대학 졸업자'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42.4%, '대학원 졸업한 석, 박사' 선호가 19.5%로 대졸 이상의 학력을 선호하는 비율이 61.9%를 차지했다. 경력은 직업정치인 출신(28.0%)과 기업인 출신(23.7%)에 대한 선호가 높았다.
차기 대통령의 리더십 유형으로는 강력한 리더십을 선호하는 비율(62.2%)이 유연한 리더십 선호(35.9%) 보다 뚜렷하게 많았다.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능력'이라는 응답이 50.4%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빈부완화와 복지 증진 능력'(21.5%), '사회 갈등 해소와 국민 통합 능력'(15.4%)의 순으로 나타났다.
요약하면 다수 국민이 가장 적절하다고 여기는 차기 대통령은 50대, 대학졸업자, 직업정치인이나 기업인 출신의 경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고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이러한 국민의 선호는 향후 전개될 대선 경쟁과 유권자의 선택을 예측하는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선 민주화의 추세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리더십'보다 '강력한 리더십'에 대한 선호가 뚜렷이 높게 나타난 중요한 이유는 현 정부여당의 무능과 국정표류에 실망한 국민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수의 국민이 기대하는 강력한 리더십이란 지난 수년간 정체와 답보에 머물고 있는 한국사회의 역동성을 회복해 선진국으로 진입시킬 수 있는 성취의 리더십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해야 할 결과는 과반수 이상의 국민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능력'을 차기 대통령이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능력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대선 경쟁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비전과 정책을 국민에게 가장 잘 제시하는 후보가 최후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빈부 격차 완화와 복지 증진 능력'을 중요시 하는 계층과 집단이 존재하고, 이들이 진보와 개혁을 표방하는 정치세력의 지지기반으로 남아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이는 이번 대선 경쟁에서 경제성장과 사회 양극화 해소라는 상반된 가치와 이를 대변하는 정치 세력간의 경쟁이 치열해 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예고하고 있다.
이내영 교수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본보 대선보도 자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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