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범인 조승희씨가 NBC 방송국에 보낸 동영상과 사진, 글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을 두고 ‘경솔한 언론 상업주의’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조씨의 영상 소포를 받은 NBC는 물론이고 abc, CBS 등 주요 공중파 방송과 CNN 등 뉴스 전문 채널까지 분노에 가득 찬 조씨의 모습을 주요 뉴스로 반복해 방영하자 유가족과 네티즌 등이 반발한 것.
당초 NBC ‘투데이 쇼’에 출연키로 했던 희생자 유가족들은 방송사에 강한 불쾌감을 표출하며 출연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희생자 유가족들과 버지니아공대 재학생 시청자들도 “유가족과 친지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경솔한 짓”이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이들은 NBC가 조씨의 주장을 그대로 방영함으로써 결국 그를 ‘승리자’로 만들었다면서 “살인범이 무덤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격이 됐다”고 비난했다.
네티즌들은 동영상 공개로 모방범죄 유발 우려가 있기 때문에 NBC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직 연방수사국(FBI) 요원인 클린트 반 잔트는 “범인의 거친 행동과 언사를 그대로 전달하는 행위는 결국 시청자 모두를 희생자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범인의 생생한 모습은 자칫 많은 ‘예비 범죄자’들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BC는 이에 대해 “유가족이 당했을 고통을 이해한다”면서 사안의 예민함과 시청자들의 알 권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방송 전에 고심했으며 방영된 내용은 ‘최대한 여과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가 보낸 비디오 등 내용물이 상당부분 미공개 상태임을 시사한 것이다. 또 앞으로 방영되는 조씨의 영상이 전체 방송의 10% 이상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abc도 논란이 일자 조씨의 영상을 가급적 내보내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필요할 경우 동영상 대신 정지 화면을 이용하기로 했다.
abc 뉴스의 제프리 슈나이더 수석부사장은 “영상을 처음 방송할 때는 긴급 뉴스로서 가치가 있었지만, 반복해서 보여줄 경우 뉴스 가치는 희박해지고 포르노그래피나 다름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이번 영상은 미국인들에게 조씨의 범행 동기를 알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면서 NBC가 영상을 방송한 것이 옳았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이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조씨가 단순히 주변 사람과 떨어져 지내는 외톨이가 아니라 확실히 정신적으로 병이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었으며,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이 아니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범죄였음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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