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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폭력보다 더 위협적인 '비폭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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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폭력보다 더 위협적인 '비폭력'의 힘

입력
2007.04.20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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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 / 마크 쿨란스키 지음ㆍ전제아 옮김 / 을유문화사 발행ㆍ255쪽ㆍ1만원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으로 사람들은 다시 한번 폭력의 무서움을 실감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과 살상은 늘 우리 곁에 있다. 인류 역사 3,400여년 동안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268년에 불과할 정도다.

심각한 것은 사람들이 폭력을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또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비폭력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비폭력은 무력하고 소극적인 것이라고 여긴다. 심지어 ‘폭력이 아닌 것’ 외에 이를 표현하는 어휘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비폭력은 결코 수동적인 개념이 아니며, 폭력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정치 기술이자 설득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또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을 뿐,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고 강조한다. 19세기 뉴질랜드 마오리족은 비폭력 운동으로 영국 군대를 ‘공격’했다.

추장 테 휘테의 지휘 아래 모여든 마오리족은 묵묵히 쟁기질을 하는 것으로서 그들의 의사를 표현했고, 총칼의 위협에도 쟁기질을 멈추지 않았다. 마오리족은 결국 땅은 빼앗겼으나 다른 식민지와 달리 대규모 살상은 피할 수 있었고, 현재도 뉴질랜드 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도 프랑스나 폴란드의 조직화한 무력 저항군보다 덴마크나 헝가리의 비폭력 조직에 의해 구출된 유대인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 이밖에 예수와 초기 기독교 공동체의 비폭력 정신, 미국 노예 해방에 불씨를 던진 윌리엄 로이드 개리슨, 마하트마 간디의 영국 불복종 운동, 마틴 루터 킹의 민권 운동까지 역사 속에서 힘을 발휘한 비폭력 운동들을 차례로 짚어간다.

책의 원제는 <비폭력 : 그 위험한 사상의 역사> 다. 폭력을 사용하는 권력자에게는 비폭력이 오히려 위협적인 대상임을 뜻하는 제목이다. 이 책은 비폭력은 나약함이 아니라 힘에서 나오며, 비폭력의 수단을 고안해내기 위해서는 훨씬 많은 상상력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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