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A사는 영업이익 호조에도 불구, 파생금융거래를 통한 환투기 때문에 2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어 거액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중소기업 B사는 수출입 실적이 전혀 없는데도 전담팀까지 두고 한번에 수백만 달러 규모의 투기성 외환매매를 계속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 매수ㆍ매도 규모 상위기업들을 중심으로 투기성 외환거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60여개 기업 중 약 20개 기업이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과도한 환투기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달러 약세 현상이 수년간 지속되면서 환율 예측이 가능해지자 본업은 제쳐놓은 채 무리한 투기성 외환매매에 뛰어드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 은행들은 이 같은 기업들의 투기성 외환 거래를 방관하거나 부추기면서 수익을 올리고 있어 단기외채 급등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이날 과도한 투기성 외환거래를 하는 기업과 은행에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시중은행장들과의 금융협의회에 참석, 은행의 단기 외화차입 증가가 환율 및 채권금리에 큰 영향을 주고 유동성 증가 압력으로 작용하는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전날에는 금융감독원이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과도한 외화 차입에 자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외환시장에서는 환투기에 따른 손실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아시아 국가 통화 중 한국의 원화만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는 등 환율이 자주 급변해 향후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외환 단기매매로 3일만에 2억원의 손실을 보거나, 일중매매(데이 트레이딩)로 하루에 6,000만원 이상을 잃은 기업도 있다.
한은 외환조사팀 관계자는 "외환시장에서 투기 거래가 늘어날수록 시장의 불안성은 더욱 커진다"며 "특히 파생거래의 경우 소규모 투자로도 거액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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