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꾸짖는 어머니를 흉기로 찌른 인면수심의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어머니는 집안을 어지럽힌 뒤 아들을 도망치게 하는 등 강도사건으로 위장하려는 모정(母情)으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20일 경기 안양경찰서에 따르면 안양시 한 구청 공익근무요원인 A(23)씨가 19일 오후11시20분께 시내 한 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왜 한달 이상 일 하러 나가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어머니(49)의 등과 배 등을 흉기로 찔렀다.
경찰 조사결과 어머니는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A씨에게“강도를 당했다고 말할 테니 빨리 도망가라”고 등을 떠민 뒤 남편과 딸에게 전화를 해“칼에 찔렸다”고만 전하는 등 아들을 보호하려고 애썼다. A씨는 어머니가 끝내 혼절하자 옷장과 서랍을 뒤진 흔적을 만들어 강도가 든 것처럼 꾸민 뒤 옷을 갈아입고 집을 빠져 나왔다.
하지만 A씨는 사건 1시간 전과 사건 직후 아파트 CC(폐쇄회로)TV에 다른 옷을 입은 모습이 찍혔고, “한 밤 중에 왜 옷을 갈아입었느냐”는 경찰의 추궁에 꼬리를 밟혔다. 어머니는 근처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아프다’‘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맹장 수술을 받는다’ 등의 핑계로 한 달 이상 출근하지 않았지만, 구청 기록에는 2일만 결근한 것으로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근무 나가기 싫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는데 어머니가 꾸짖어 저도 모르게 범행을 저질렀다”며 고개를 숙였다. A씨는 19일 존속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됐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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