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루빈스타인ㆍ미셀 투르번스타인 지음ㆍ박종성 옮김 / 에코의 서재 발행ㆍ456쪽ㆍ2만5,000원
천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일반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미국의 생리학자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역사학자 미셸 루트번스타인 부부가 <생각의 탄생> 에서 천재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생각의>
책에 따르면 천재들은 관찰, 형상화, 추상화, 패턴인식, 패턴형성, 유추,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 차원적 사고, 모형 만들기, 놀이, 변형, 통합 등 13가지 생각의 도구들을 잘 활용했다.
‘놀이’의 예를 들어보자. 페니실린의 발명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사격, 골프, 포커 등 각종 게임광이었다. 게다가 그는 골프를 칠 때 클럽 한 개만으로 한 라운드를 돌거나, 퍼팅을 할 때 클럽을 당구채처럼 쥐는 등 통상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문제를 풀곤 했다. 미생물 연구 역시 그에게는 골치 아픈 과제가 아니라 박테리아와 함께하는 놀이였다.
‘감정이입’ 역시 상상력의 원천이다. 역사학자 마이클 코헨은 자유를 찾아 비밀철도를 이용해 도주한 19세기 흑인 노예들의 공포와 결핍감을 떠올리기 위해 작은 나무상자 속에 몸을 웅크린 채 일곱 시간 동안 열차를 탔다.
배우들은 말할 것도 없다. 우주여행에 매료됐던 톰 행크스는 어린시절 무중력 훈련을 흉내내느라 호스로 숨을 쉬면서 수영장 밑바닥을 걸어 다니곤 했다. 이밖에도 비중과 배수량의 상관관계를 파악해낸 아르키메데스는 ‘관찰’을, 조지아 오키프는 어린시절 ‘모형 만들기’를 통해 예술적 상상력을 키웠다.
이처럼 생각의 도구들이 강조되는 이유는 점점 더 전인적(全人的) 사고를 할 수 있는 만능인의 필요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정보는 홍수처럼 넘쳐 나지만 그 정보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창의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은 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합적 이해능력이 떨어질 경우 지식을 많이 축적해도 교양인이나 지식인은 될 수 있을지언정 헛똑똑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지은이들의 결론이다.
저자들은 만능인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통합적으로 혁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학자들이 수학식을 이용해서만 교육하고, 예술과 과학을 별개의 것으로 교육할 경우 결코 르네상스적 만능인을 기를 수 없다.
‘곤충세계의 시인’으로 꼽히는 곤충학자 앙리 파브르가 기하학에, 20세기의 대표적인 추상화가 바실리 칸딘스키가 사회과학에, 유럽 최초의 여성 수학교수 소피아 코발레프스카야가 시에 전문가 수준의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모든 지식을 망라하고 아우를 수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한다는 책의 주장이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지식의 파편화가 진행돼 현대사회가 정보의 풍요 속에 오히려 암흑기를 맞기 쉽다는 지적은 적실하게 들린다. 원제는 천재들의 번뜩이는 영감의 순간을 뜻하는 Sparks of genius.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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