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장애인의 날(4월 20일) 슬로건은 '편견 없는 마음을, 차별 없는 세상을'이다. 장애인주간을 앞두고 관련 단체들이 응모작 431개 가운데 이를 선정한 것은 당사자들이 느끼는 가장 큰 마음의 상처가 사회적 편견이며, 사회를 향한 최대의 소망이 차별 철폐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준다. 그들은 올해에도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바꾸자고 한 목소리로 건의했다.
정부는 지난달 장애인권리협약을 공표하고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을 제정했다. 누구든 장애를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않고, 누구든 차별해선 안 된다는 선언적 의미의 장애인복지법에서 나아가 '악의적 차별은 3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한다'는 강제 규정이 포함됐다.
장애인의 날만 되면 위로연 형태의 각종 행사를 열어 구호를 외치고 이벤트를 벌이는 데 그친 관행에 비춰 이번에 정부가 어렵사리 장차법을 제정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내년 4월 발효되는 법적 토대가 마련됐으니 제대로 시행하는 일이 큰 과제로 남았다.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없이 공감했던(재석 197, 찬성 196) 법안이 왜 이제서야 제정됐는지 반성해야 한다. 매년 한 발자국씩만이라도 이렇게 의미 있는 조치가 이어졌더라면 27번째 장애인의 날을 맞은 오늘엔 '차별 없는 세상'에 성큼 다가서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일과 과제는 아직도 많다. 이동권 확보, 연금법 제정, 교육 지원, 활동보조서비스 확충 등 '편견 없는 마음'으로 접근해야만 풀 수 있는 과제들이다.
지난 4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장차법 공개서명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장애인 대표가 "장애인 차별하는 야만의 대한민국"이라고 외치다 퇴장 당하는 일이 있었다. 노 대통령은 "그 동안 속도가 느려서 미안하다.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그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고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1989년 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이제야 의미 있는 법규가 하나 추가됐다. 차근차근, 꾸준히 편견과 차별을 없애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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