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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참극/ 참변에 아스러진 젊은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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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참극/ 참변에 아스러진 젊은이들

입력
2007.04.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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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로 희생된 대학생들은 미래의 희망으로 가득찬 꿈 많은 젊은이들이었다.

이번 사건의 첫 번째 희생자로 알려진 수의학과 신입생 에밀리 힐셔(18)는 고향인 우드빌에서는 이미 유명한 동물애호가였다. 고향 친구들은 힐셔의 꿈이 말을 돌보는 수의사였다고 말했다.

친구인 맥캐시는 “에밀리는 동물병원에서 일찍부터 일했고, 아픈 동물들을 온 힘을 다해 돌봤다”고 말했다. 6년 전 승마클럽에서 만나 친구가 된 세라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사랑했던 에밀리라는 촛불이 너무 일찍 꺼졌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노리스홀에서 프랑스어 수업을 듣다 참변을 당한 매리 카렌 리드(19)의 꿈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5남매 중 장녀인 매리는 고교시절에는 클라리넷을 연주했고, 밴드부에서는 예쁜 미소로 ‘베스트 스마일’상을 받았다. 과자나 빵도 곧잘 만들어 친구들에게 나눠주곤 해, 친구들은 매리를 ‘천상의 과자’라고 불렀다. 주한미군 아버지를 둔 그의 고향은 한국이다.

큰 뜻을 품고 고학한 유학생들의 죽음도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레바논 출신의 리마 사마하(18)는 목이 길고 아름다워 금방 눈에 띄는 신입생이었다. 춤을 잘 췄던 그는 고교시절 ‘지붕 위의 바이올린’ 등 여러 작품에 출연해 각종 무용상을 휩쓸었다. 연극에 출연해 5,000달러의 장학금을 받은 적도 있다.

그는 조씨와 같은 웨스트필드 고교를 졸업했으며, 사건 직전 같은 동네에 살았으나 서로 잘 알지는 못했다. 특히 사고 당시 부모가 그를 보기 위해 버지니아에 와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페루 청년 다니엘 페레즈 쿠에바(21)의 꿈은 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페루에서 학비를 보내준 아버지에게 효도하는 것이었다. 페루에서 교사생활을 하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을 뒷바라지 하기 위해 미국 식당과 세탁소에서의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쿠에바는 부모의 희망대로 미국에서 고교를 나와 버지니아공대 학생이 됐다. 프랑스어와 이탈리아어를 잘 하는 그는 여름방학을 이용해 인턴으로 일하려고 워싱턴의 프랑스와 이탈리아 대사관에 면접을 보러 다니던 중에 참변을 당했다.

파타히 룸반토루안(34)은 버지니아공대에 재학 중인 16명의 인도네시아 유학생 중 한 명. 도시공학과 박사과정에 등록해 3년째 공부 중이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어머니는 돌아가셨다. 예비역 군인인 아버지는 아들을 유학 보내기 위해 재산의 대부분을 팔았다. 미국 대학 교수가 되겠다던 그는, 그러나 꿈을 펴보지도 못하고 어머니 곁에 묻히게 됐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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