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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씨 동영상 일부는 6일전 제작 "계획 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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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희씨 동영상 일부는 6일전 제작 "계획 범행"

입력
2007.04.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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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23ㆍ영문학 4년)씨가 범행 도중에 세상에 대한 원망 등이 담긴 글과 동영상, 총ㆍ칼을 들고 찍은 사진 등을 미 NBC 방송에 보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번 참사는 조씨가 사전에 준비한 학살극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 NBC 방송은 18일과 19일(현지시간) 두 차례 뉴스 프로그램을 통해 조씨가 자신을 대상으로 직접 만들어 보낸 동영상 비디오물과 사진 등을 전격 공개했다.

소포의 수신자인 NBC 방송의 스티브 캐퍼스 회장은 “조씨가 보낸 우편물의 소인 등으로 볼 때 조씨는 문제의 소포를 기숙사에서 1차 범행을 감행한 뒤 공학관에서 2차로 무차별 총기난사를 저지르기 전에 발송했으며, NBC 방송은 수사협조를 위해 소포 내용물을 즉각 FBI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NBC 방송은 “소포에 포함된 동영상 중 일부가 범행 6일 전인 10일 오전 기숙사에서 제작되고, 남긴 글도 일부는 3일전인 13일 오후 최종 수정됐다”고 밝히며 “조씨의 범행이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바탕으로 미리 계획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남긴 글에서 ‘원한’과 ‘파괴’등 1,800개의 격한 단어를 동원해 세상에 대한 분노를 터뜨렸다. 특히 부유층과 쾌락주의에 대한 증오감을 표출했다. 그러나 특정인물은 거명하지 않았으며, 인종차별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NBC는 이 글을 ‘성명서(manifesto)’라고 표현했다.

조씨는 또 27개 파일로 나뉘어진 동영상(전체 10분 분량) 중 1차로 공개된 동영상에서 “얼굴에 침을 뱉으면 어떤 기분인지, 산 채로 불에 타 죽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목구멍으로 쓰레기를 넘기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느냐”고 반문하며 사회 전체를 향해 저주의 감정을 드러냈다.

그는 또 “너희는 오늘을 피할 수 있는 수천억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결국 내 피를 흘리게 만들었고 이 결정은 너희가 한 것이고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면서 “예수처럼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약자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이 일을 한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2차로 추가 공개된 동영상에서 “나는 모세처럼 바다를 가르고 내 사람들(My People), 가난하고 힘없는 자와 순수한 어린이들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너희들은 내가 이렇게 죽기를 꿈꿔왔다고 생각하느냐”며 “백만년이 지나도 내가 이런 것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BC 방송은 조씨가 보낸 글 등에서 1999년 4월 13명이 희생된 컬럼바인 고교 총기사건의 범인인 에릭과 딜런을 순교자로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건이 모방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우편물 발송을 통한 이런 수법은 지난 1970년~1990년대 이른바 ‘유나바머(Unabomber)’라고 불린 연쇄 편지폭탄 테러범 시어더 카진스키가 ‘유나바머 선언문’이라고 명명된 ‘산업 사회와 미래’라는 편지를 통해 현대 기술문명의 위험성 경고를 자신의 범행 목적이라고 주장한 것과 유사하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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