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 안녕하세요.”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4동의 한 빌라. 사회복지법인 ‘기쁜우리복지관’이 운영하는 무연고 장애인 가족 공동체의 현관문을 열자 맑은 웃음들이 쏟아졌다. “와! 카메라다. 사진 예쁘게 찍어주세요.” 성이 각기 다른 5남매는 오순도순 소파에 모여 앉아 브이(V)자를 연신 그리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금은아(27ㆍ여)씨와 양정인(22)씨, 강수정(17)양과 최성수(9)군, 그리고 막내 이수미(7)양 5남매는 모두 몸이 불편하다. 정인씨 등 4명은 정신지체장애 1급, 은아씨는 2급 판정을 받았지만 이들의 얼굴에서 구김살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들은 가슴을 짓눌렀던 아픈 기억을 품고 있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수미는 생후 한 달 만에 부모의 손을 놓아야만 했다. 광주에 살던 부모가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친권을 포기하고 수미를 보육시설에 맡겼다. 은아씨와 정인씨, 성수, 수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네 사람은 부산역과 서울역 청량리역 등을 각각 배회하다 장애인 시설에 옮겨진 후 이곳에 정착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5남매가 ‘엄마’인 박경숙(37ㆍ사회복지사)씨와 함께 가족이 된지는 1년 남짓하다. 처음엔 서먹했지만 마음 둘 곳 없던 이들은 곧 형 누나 오빠 언니라 부르며 의지했고 정서적 안정을 찾아갔다.
박씨와 5남매는 한솥밥을 먹고, 같은 TV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웃음을 터트린다. 가족들이 장애를 가져 행동이 다소 불편하다는 것을 빼면 다복한 일반 가정과 다를 바 없다.
5남매의 구심점은 양말공장서 일하는 ‘맏이’ 은아씨다. 엄마인 박씨가 집안 일에 힘이 겨우면 동생들 샤워는 그의 몫이다. 출근하지 않는 날엔 동생들의 등ㆍ하교 길을 챙긴다.
특수학교에서 고교과정을 밟고 있는 정인씨는 길눈이 어두워 은아씨가 따라 나서곤 한다. 셋째 수정은 학교를 향할 때 성수의 손을 꼬옥 잡는다. 둘은 초등과정에 다닌다. 굳이 엄마가 시키지 않았지만 서로가 가족이라는 인식이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의 힘’은 작은 기적을 불렀다. 생후 100일 수준에 불과했던 수미의 지적 능력은 예상보다 빠르게 엄마와 아빠를 발음하는 돌 수준에 다다랐다.
말수가 적어 주변의 걱정을 샀던 성수는 수다스러운 개구쟁이가 됐다. 은아씨는 “이곳에 온 뒤로 너무나 행복한 일만 생긴다”며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박씨는 “대형시설에서는 세심한 배려에 한계가 있다”며 “이곳에서는 아이들의 많은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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