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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외톨이 껴안기 우리도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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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외톨이 껴안기 우리도 급하다

입력
2007.04.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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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를 계기로 국내 대학들이 학생들의 정신적 문제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중 12%가 조승희(23ㆍ영문학과 4년)씨처럼 우울증을 앓는 등 각종 정신질환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학들은 상담기관을 두고 심리검사와 면담을 하고 있지만 징후가 심각한 학생을 별도 관리하는 시스템은 갖추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는 한 정신적 문제가 있는 학생도 관리 대상이 아니다.

한국일보 사회부가 19일 서울 시내 10개 대학을 조사한 결과, 모든 대학이 별도 상담기관을 두고 ‘심리검사 → 관리대상 선정 → 심리 상담 유도 → 상담 →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 및 병원치료 권유’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첫 단추인 심리검사부터 제대로 꿰지 못하는 대학도 있다. A대학은 신입생 실태조사에서 출신고, 가정환경, 재수(再修) 여부, 이성교제 등 정확한 심리상태 파악을 위해서는 한참 부족한 항목을 물었다.

대학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문제 학생들이 상담을 꺼릴 경우 이들을 찾아내 관리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성균관대 학생상담센터 김균미 책임연구원은 “많은 학생들이 부모님의 걱정과 애인, 친구 눈치 보느라 고민을 털어놓지 못한다”면서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적 문제로 고통을 호소하는 학생은 늘고 있는 반면, 상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성균관대의 경우 2001년 1,000건도 안 됐던 상담건수가 지난해엔 1만건을 넘어섰다. 상담인원 15명이 하루 30명 이상 상담해야 한다.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 하는 분위기도 장애물이다.

학생들의 정신적 고통을 덜기 위해 적극 나서는 대학도 있다. 한림대가 대표적이다. 이 대학은 1997년부터 자살과 우울증 등을 주제로 한 정규 강의를 운영해 왔다. 2005년부터는 자살 예방(웰 다잉) 관련 강의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강의를 맡은 오진탁 교수(철학과)는 “대부분 대학이 심리검사 후 상담으로 문제를 풀려 하지만 일대일 면담이라 한계가 있다”며 “강의 등 열린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던 학생들도 함께 강의를 듣고 경험을 나누면서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며 “학생 대부분이 위안을 받고 용기를 얻어 문제를 극복한다”고 덧붙였다.

김은주(22ㆍ가명)씨는 “자살로 모든 문제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강의를 통해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자살하려고 약을 사 모으던 친구를 대화로 설득해 자살을 막기도 했다”고 전했다.

단과대 차원에서 시스템 마련에 나선 곳도 있다. 서울대 사범대는 최근 ‘학생 생활지도 강화 방안’을 마련했다. 학생 담당 조교를 통해 장기 결석하거나 같은 과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학생을 파악해 지도 교수와 선배 대학원생이 수시 면담하고 필요하면 학생부학장이 직접 관리할 예정이다.

권오현 학생부학장은 “학부제에 따라 전공 선택 때부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눈에 잘 띄지 않는‘외톨이 학생’을 찾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이현정기자 agada20@hk.co.kr김정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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