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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현금인출기 속은 카드복제기?

입력
2007.04.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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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사기 혐의로 복역하다 지난해 6월 출소한 김모(41)씨는 교도소 문을 나서자마자 감방에서 배운 신용카드 복제 기술을 이용한 범죄 계획을 세웠다. 김씨의 눈에 편의점 현금인출기가 쏙 들어왔다. 개인이 구입할 수 있고, 사업자 등록만 내면 얼마든지 영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완전 범죄를 위해 교도소 동기 김모(40)씨 등을 끌어들였다. 현금인출기 명의를 바꿔 의심을 피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명의를 빌려준 도모(49)씨에겐 현금 5억원을 주기로 약속했다. 대량의 복제 카드가 확보되면 전국에서 일시에 49억원을 인출해 나눠 갖자는 목표도 세웠다.

든든한 진용이 갖춰지자 김씨 일당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기계 구입과 장비 설치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현금인출기 내부에는 이용자의 카드ㆍ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한 카드판독기와 폐쇄회로(CC) TV 등 카드 복제장비를 갖췄다.

공들인 현금인출기는 지난해 9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편의점에 설치됐다. 감시의 눈을 피하기 위해 한동안 기계를 정상 가동하며 상황을 지켜봤다. 공급업체는 기계 보안과 수수료 챙기는 데만 신경 쓸 뿐 별다른 감시시스템은 없었다. 안전을 확신한 김씨 등은 11월부터 본격적인 카드 복제에 나섰다. 피해자들이 카드를 긁으면 미리 설치한 카드판독기와 CC TV를 통해 모든 정보가 전송됐다. 복제 카드 제조는 충북 청주의 한 여관에서 이뤄졌다.

이런 수법으로 이들은 3개월간 500여장의 카드를 위조했다. 순탄할 것만 같았던 범행은 정작 먼저 돈을 챙기려던 김씨의 성급함으로 허무하게 끝났다. 김씨는 1월 말 윤모(35)씨 계좌에서 3,000만원을 빼내는 등 복제 카드 30여장에서 1억2,000만원을 인출해 자취를 감췄으나,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분실 신고되거나 해지된 신용카드 정보를 이용해 카드리더기로 복제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현금인출기 내부에 복제 장비를 통째로 설치한 것은 드문 경우”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19일 신용카드를 복제해 사용한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로 김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임모(39)씨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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