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공대 참사로 총기규제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전국총기협회(NRA)가 협회 표지에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을 반(反) 유대 상징인 ‘문어’로 묘사한 만화를 게재해 물의를 빚고 있다.
NRA의 협회지인 <아메리카의 첫번째 자유> 는 최신호(4월) 표지에서 ‘촉수들(Tentacles)!’이라는 제목으로 유대인인 블룸버그 시장을 사악하게 생긴 문어로 희화화했다고 AP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아메리카의>
1871년 창설돼 460만명의 회원을 거느린 NRA는 거대 총기 회사들의 막대한 자금 지원을 배경으로 총기 판매와 보유권을 옹호하는 미국 최대의 이익단체이다. 정치권에 뿌리는 한 해 로비 자금만 1억달러(약 950억원)에 달한다. NRA 협회지 발행부수는 60만부를 넘는다.
8개의 촉수를 가진 문어는 독일 나치가 반유대주의를 선동하기 위해 사용됐고, 아돌프 히틀러는 자신의 책 <나의 투쟁(mein kampf)> 에서 유대인을 문어로 표현했다. 나의>
협회지는 여러 편의 글을 통해 “불량(rogue) 시장 블룸버그는 당신들의 고향에서 총기를 규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NRA의 애슐리 바너 대변인은 “블룸버그 시장을 문어로 묘사한 것은 문어의 역사적 맥락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우연”이라고 말했다.
미 유대인협회 데이비드 트워스키는 “NRA가 의도적으로 문어를 사용한 것 같지는 않지만 역사적 맥락을 살피지 못한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시장은 두 번째 임기에서 총기 규제를 정책 우선순위를 두고, 시의회 청문회에서 총기규제에 힘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시는 무기를 불법적으로 판매한 혐의로 5명을 고소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수많은 NRA 회원들은 블룸버그 시장을 개인의 총기 소유 권리를 담은 미 수정헌법 2조를 바꾸려는 ‘공적(公敵) 1호’로 지명하고 있다.
한편, 공화당 차기 대선 주자 중 하나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이번 참사로 수정헌법 2조에 대한 내 견해를 바꾸지 못한다”며 총기규제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1791년 비준된 미국의 수정헌법 2조는 ‘총기를 보유한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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