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혜적이고 동정적인 장애인 복지정책은 이제 그만 둬야 합니다.”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두고 19일 만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신용호(44)소장은 “이 같은 정책들 탓에 장애인이 장애인일 수밖에 없다”며 “그런 의미에서 3월6일 국회를 통과한 차별금지법은 복지법이 아닌 인권법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1987년 12월 문을 연 연구소는 그동안 장애인복지법 개정(1988)과 장애인직업재활 및 고용촉진법(1998) 등 장애인 관련법 제정의 산파 노릇을 하는가 하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다른 장애인 단체들이 ‘받아내기’에 주력할 때 제도 변화를 통해 장애인들의 권익을 도모한 셈이다. 신 소장은 창립멤버로 브레인 노릇을 하며 20년간 연구소를 이끌어 왔다.
역경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신 소장은 “당장 배고파 죽을 지경인데 인권은 무슨 인권이냐며 내부의 자조도 있었다”며 “실제로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고 장애인 관련 행사들이 그런 식으로 펼쳐진 게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신 소장은 “언론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장애 딛고 일어선…’ 등의 따뜻한 시선 동원한 미담식 접근 많았다”며 장애인들에 대한 언론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대표적으로 ‘장애인 가수’ ‘장애 시인’ 등의 표현이 꼽혔다. 신 소장은 “지체장애가 있다고 해서 노래를 못 부르는 것도, 펜을 쥘 수 없는 것은 아닌데 이런 표현들이 가당키나 한 것들이냐”며 “이 같은 보도들은 자신의 소질을 계발해서 열심히 사는 그들을 영원히 ‘장애인’으로 잡아두는 족쇄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도 소아마비로 지체장애(2급)를 앓고 있지만 20년 동안 일하면서 큰 불편은 없었다는 신 소장은 “보는데 불편하면 안경을 쓰듯, 걷는데 불편하니 휠체어를 타는 것이다”며 “장애인도 다양한 인간의 한 형태로 봐 줄 것”을 당부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사진 고영권기자 young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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