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등 한나라당의 두 대선 주자가 당 원로와 중진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는 경쟁이 심하다고 한다. 가뜩이나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줄 세우기'의 폐단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파생되는 맹목적 세 불리기의 한 현상이다.
어느 조직이든 원로와 중진은 경륜과 지도력으로 존중 받고, 그로 인해 영향력을 지니는 존재이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기득권과 수구의 상징으로 극복과 부정의 대상이기도 하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한나라당에서 벌어지는 현상은 바로 이런 측면의 퇴행이다.
특히 두 주자가 끌어들이는 중진들 중에는 비리와 부패의 주역들이 포함돼 있다. 지난 대선에서 불법 자금 문제로 사법적 단죄를 받았던 전 대표나, 지방선거에서 공천 헌금을 받았다고 해서 정계은퇴까지 선언했던 사람이 대표적이다.
당내 경선을 앞두고 한 표의 지지라도 절실한 처지라는 점을 모를 바 없지만 과연 이런 사람들에 의존하는 지지라면 그 경선의 의미는 무엇인가를 묻게 된다.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공을 들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다. 어느 어느 중진이 누구를 지지하느냐가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 상으로는 중요할지 몰라도 그런 지지가 통하는 내부 사정이라면 그것이 더 큰 문제다.
당내 경선만 통과하면 선거 승리는 떼놓은 당상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느껴지는 것은 오만과 부도덕이다.
부패와 비리는 한나라당에 씌워진 원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떼기 당'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은 두고두고 따라다니는 상징이 돼 있다. 집권세력의 실패가 아무리 분명하다 해도 그것과 한나라당의 오욕은 전적으로 별개 문제다. 보수의 실패는 부패와 부도덕에서 비롯된 면이 크다.
한나라당이 보수를 내걸고 정권 교체를 주장하려면 부패의 기득권을 청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원로도 좋지만 건전한 원로가 나서는 당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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