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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참극/ 소포로 본 조씨의 정신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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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참극/ 소포로 본 조씨의 정신분석

입력
2007.04.1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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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 참사 사건의 범인 조승희씨가 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을까?

정신과 전문의와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은 NBC에 보낸 동영상과 글 등을 볼 때 자신을 사회적 악을 징벌하는 영웅으로 착각하는 ‘피해망상증 환자’이기 때문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범죄심리학자들은 우편물을 보낸 것으로 볼 때 계획된 범행이며 기독교와 부자 등에게 사회적 징벌을 내리는 영웅으로 여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는 “동영상을 보면 세상에 대한 분노나 불만을 느낀 조씨가 사회적 대의명분을 찾아 응징하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어 소영웅주의적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조씨가 자신을 구석으로 내모는 세상에 대한 불만 때문에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총부리를 겨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찰대 행정학과 이웅혁 교수는 “범인의 가장 큰 심리적 메커니즘은 ‘되갚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응징이란 행동이 의미가 있고 순교자적인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대의명분을 만든 뒤 자신의 의도를 잘 알릴 수 있는 방송사에 동영상과 글을 보내는 것까지 미리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고 진단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조씨가 단순히 반사회적인 성격 장애에서 나아가 피해망상증을 앓고 있는 환자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조씨가 제작한 동영상에 ‘오늘과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는 천억번의 기회가 있었다’고 말한 것으로 볼 때 피해망상증과 이보다 더 심각한 편집형 정신분열병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는 평소 외톨이로 지내고 따돌림을 받는 것이 자신의 기질적인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누군가 조직적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무리가 있다고 여긴 것 같다”며 “부자를 비롯한 사회 전반을 악의 무리로 생각하고 이들에 대한 극도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사고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건국대병원 신경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조씨가 ‘피를 흘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한 것을 감안할 때 자신을 사도나 예언자로 착각하는 과대망상증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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