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가 미혼모인 두 살 배기 여아 서영(가명)이는 2005년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한 가정에 입양됐다. 그러나 돌 잔치를 막 마친 지난해 10월 양부모가 양육을 포기했다. 경기(驚氣)가 심해 찾아간 병원에서 간질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부모는 새록새록 정이 든 서영이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의 만류는 거셌다. 아기가 간질이 있으면 자라면서 뇌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서영이는 두 번째 부모와도 이별의 눈물을 떨궈야 했다. 다행히 서영이는 올해 3월 A목사 가족에 입양됐다. A목사는 이미 두 아이를 입양해 기르고 있었고, 그 중 한 아이는 뇌성마비를 앓고 있다.
무연고 장애아동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친부모의 버림으로 사회복지시설에 맡겨진 장애아동들은 사회의 외면으로 국내입양은 꿈도 꾸기 힘들다.
한때 ‘영아수출국’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우리나라의 입양문화는 최근 많이 개선됐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비장애 입양아는 1,320명으로 국외입양(1,186명)을 오히려 앞질렀다. 그러나 ‘입양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걷어낼 수는 없다. 장애아동의 입양 건수가 얼굴이 화끈해질 정도로 적기 때문이다.
지난해 장애아동의 국내입양은 고작 12명으로 전체 입양의 0.9%에 불과했다. 장애아동이 전체 입양의 37.5%(713명)를 차지하는 국외입양과는 비교조차 부끄러운 수치다.
정부는 이런 사정을 감안, 보조금 혜택 등을 통해 장애아동 입양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올해부터 입양아가 장애가 있을 경우 월 55만1,000원의 양육비와 연간 최대 252만원의 의료비가 지원된다. 정상아동이 만13세까지 받는 월 10만원의 양육비도 추가로 지급된다.
그러나 장애아동 입양의 벽은 여전히 높고도 두껍다. 서영이처럼 뒤늦게 장애 요소가 발견된 경우를 제외하면 장애아동의 입양은 애초부터 봉쇄된다. 입양아동의 혈액형을 양부모와 맞추고 외모까지 꼼꼼히 따지는 보수적인 의식구조가 사회 깊숙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다.
가뭄에 콩 나듯 하는 장애아동 입양은 대부분 장애인 자녀를 둔 가정이나 장애아동을 돌보며 정이든 사회복지사 등에 의해 이뤄진다. 뇌성마비를 앓는 영준(6ㆍ가명)이는 2005년 자신과 동일한 장애를 겪는 한 살 위 희섭(7ㆍ가명)이네의 새 식구가 됐다. 같은 장애의 아이를 기르면 서로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희섭이 부모의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애아동에게 가정은 비장애아동보다 더 절실하고 소중하다. 따스한 보살핌 속에서 장애 극복의 희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준이는 주변의 우려를 씻고 어린이집을 큰 탈 없이 다니고 있다. 동생을 얻은 희섭이는 의사의 예상을 깨고 걸을 수 있게 됐다. 1.3㎏의 미숙아로 태어난 수영(8ㆍ여ㆍ가명)이는 2년 넘게 위탁양육했던 가정에 2005년 입양된 후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게 됐다.
홀트아동복지회의 조선미 사회복지사는 “가족의 손길이 많이 가고 교육 환경도 좋으니 입양된 장애아동의 증상이 나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장애아동 입양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 각종 유인책과 금전 지원만으로는 입양에 대한 폐쇄적인 의식구조를 바꿀 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종인 나사렛대학 인간재활학과 교수는 “일본의 ‘후견인 결연제도’처럼 지도층이 먼저 나서 장애아동을 후원해주는 국가적 운동이 절실하다”며 “입양에 대한 각종 혜택은 그 뒤에 시행돼야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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