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장면' 사라지는 불상사도… 원칙없는 편성에 시청자 원성
네티즌들 사이에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라는 말이 유행한지 오래다. 3분에서 길게는 10분 이상 짧아지는 주말 재방송 때문이다. SBS <내 남자의 여자> 의 4회분 재방송은 원래길이보다 무려 15분이나 짧은 48분 30초였다. 내>
<마녀유희> 역시 8회분의 경우 60분 48초에서 57분으로 줄었다. KBS <마왕> 이나 MBC <고맙습니다> 등 모든 드라마들이 비슷한 가위질을 당하고 있다. 성해안(23)씨는 “주말 밖에 시간이 나지 않아 재방송을 보는데, 꼭 “속이 빈 찐빵을 먹는 기분”이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고맙습니다> 마왕> 마녀유희>
도대체 왜 이렇게 자르는 것일까. 본방송의 경우 제작 일정상 편집시간이 촉박해, 또는 제작진의 욕심으로 무리하게 편성시간을 어기는 경우가 있다는 것. MBC TV편성팀 박창훈씨는 “그러나 재방송은 시간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예를 들어 <무한도전> 이 10분 길게 특집 편성되는 등 재방송 역시 탄력적으로 이용한다”고 밝혔다. 무한도전>
SBS 편성팀 이정오씨 역시 “편성시간이 같은 경우에도 앞 뒤 프로그램에 따라 그때 그때 실제 방영시간은 달라지기 때문에 재방송의 편집은 불가피하다”라고 이야기했다. 재방송 시간에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야기다.
주말 재방송용으로 편집을 다시 해야 하는 제작진도 불만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건드리고 싶지 않지만 그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 남자의 여자> 의 이향봉 조연출은 “화면 중간중간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이 맞물려있는 곳이나 배경 음악이 나오는 장면은 삭제할 수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내>
그러나 보니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장면이 사라지는 불상사도 발생한다. <마녀유희> 의 외주제작사인 제로원인터랙티브 강관우 실장은 “꼭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이 엉뚱하게 편집될 때가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마녀유희>
방영시간 뿐 아니라 재방송 프로그램 선정도 제멋대로다. 지난 주까지 드라마 <고맙습니다> <케 세라세라> <히트> 를 각각 한 회씩 재방송하던 MBC는 이번 주부터는 토요일에 <고맙습니다> 를 2회 연속방영하고 있어 <케세라세라> 시청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케세라세라> 고맙습니다> 히트> 케> 고맙습니다>
방송사측은 “시청률 외에도 밝힐 수 없는 여러 전략상의 이유가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원칙 없는 편성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시청자들. 주철환(이대 방송영상학과)교수는 “이는 제작진의 창작권 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방송사가 광고수입 등 자신들의 이익에만 침착하지 말고 방송의 주인인 시청자를 위해 프로그램의 알맹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김혜전 인턴기자(이화여대 언론정보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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