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씨름의 달인이 공연 기획자로 변신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총 6차례 한라장사에 오르며 1990년대 한라급을 주름잡았던 이기수(40)씨가 18일 씨름을 소재로 한 마당놀이극을 무대 위에 올렸다.
서울 반포 센트럴시티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첫 공연은 초반부에는 씨름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 뒤 중반부터 극본이 있는 마당놀이극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형식의 이벤트. 출연진들도 모래판을 휩쓴 장사들이다. 남동우, 염원준, 최성남 등 씨름 스타들이 이번 공연에 총출동했다.
연기와는 전혀 동떨어진 인생을 걸은 씨름 선수들답게 처음에는 적응이 힘들었다. 이기수씨는 “이 공연을 처음 준비할 때만 해도 선수들이 연기까지 해야 되냐며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하지만 “연습을 할수록 선수들이 재미를 붙였다”고 말했다.
씨름인 이기수씨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된 것은 지난 2004년 12월. 자신이 몸담고 있던 LG투자증권 씨름단이 해체되면서 설 자리가 없어졌다.
태권도 시범공연을 보고 감명을 받은 이씨는 태권도와 마찬가지로 한국 고유 스포츠인 씨름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해 12월 트라스포라는 공연 기획사를 차렸다.
새로운 사업에 뛰어든 이씨는 “이제 첫 발을 내디뎠기 때문에 고정 출연하는 곳은 없다”면서도 “씨름 공연을 문화상품으로 만들어 세계를 무대로 뛰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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