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기술집약적 구조로 재편되면서 우리나라 제조업은 성장세로 'U턴'했지만, 서비스업은 여전히 저 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고용없는 성장 근거 희박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되살아 나는 우리나라 제조업' 보고서에서 외환위기 이후 국내 제조업이 노동집약형에서 전자, 자동차 등 기술집약적 구조로 재편되면서 고용능력과 성장률이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KDI는 특히 국내 제조업이 고용창출 능력의 한계에 직면했다거나 '고용 없는 성장'에 들어섰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했다. KDI의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재계 등에서 제기한 국내 주력산업 위기론을 사실상 일축한 것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KDI는 제조업이 성장세로 'U턴'을 한 근거로 우선 부품 및 소재 의존도가 높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총수입 중 일본에서의 수입 비중은 1990년 26.6%에서 1995년 19.8%, 2006년 16.8%로 감소했다. 그만큼 국내 제조업의 기술력이 향상됐다는 얘기다.
KDI는 또 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R&D 투자의 효율성을 보여주는 특허건수 대비 연구개발비 역시 2001년 이후 감소세라고 강조했다.
김주훈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집약형 부실기업의 퇴출이 정리되고, 기술집약적 산업의 성장률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대기업의 고용규모가 앞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이 성장둔화의 원인
KDI는 이와 함께 최근 경제성장률 하락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의 저 성장 때문이라고 제기했다. 김 위원은 "1990년대 성장률 하락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에 원인이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 성장률이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외환위기 이후 성장 둔화는 서비스업 때문"이라고 말했다.
KDI는 특히 서비스업 중에서도 부가가치 구성비가 가장 높은 생산자서비스와 사회서비스의 증가율이 외환위기 이전보다 떨어져 서비스업 성장 둔화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생산자서비스는 다른 산업의 생산활동을 지원하는 법률 회계 디자인 광고 등 사업서비스와 금융 통신 등을 합친 개념이고, 사회서비스는 교육 의료 복지 등을 일컫는다.
KDI에 따르면 전체 서비스업 부가가치의 44.5%를 차지하고 있는 생산자서비스의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은 1993~98년 6.7%였지만 1998~2006년에는 5.3%로 떨어졌다. 교육 의료 복지 등 사회서비스도 2.7%로 두 기간에 같은 수준을 유지했을 뿐이다. 반면 도소매 운송 등 유통서비스는 3.1%에서 4.9%로, 음식 숙박 문화 등 소비자서비스는 4.1%에서 5.0%로 높아졌다.
김 위원은 "결국 한국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자서비스와 사회서비스의 부가가치 증가율을 높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서비스업 육성의 목표를 일자리 창출에 둘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 증대에 두고 대폭적인 규제개혁과 시장경쟁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