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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담한 한국 학생의 총기난사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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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담한 한국 학생의 총기난사 사건

입력
2007.04.18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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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사건은 그 자체로도 경악할 일이지만, 용의자가 한국인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 무고한 희생자들과 그 가족은 물론, 모든 미국 국민을 향해 진심으로 마음의 조기(弔旗)를 게양한다.

이 사건으로 혹 미국 내에서 한국, 한국인에 대한 편견과 갈등이 빚어지고 이 때문에 한미관계에 틈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마음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사건은 미국인이나 미국사회에 대한 한국인의 반감에서 비롯됐다거나, 국가 차원의 문제에서 싹튼 게 아니다. 정부 당국자의 표현대로 "미국에 오래 거주한 한국계 학생이 개인적 사안으로 야기한 사고"다.

용의자가 미국사회의 '외국인 거주자'라는 이유로, 무작위 대량살상이 악의적이고 잔혹했다는 이유로 혹시라도 9ㆍ11테러를 연상한다면 미국 내에서, 한국 내에서, 한미 양국 관계에서 이번 사건은 위험한 형태로 변이될지 모른다.

노무현 대통령이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하며 "형언할 수 없는 충격"이라고 신속하고 강력한 메시지를 표명한 것도 이런 우려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교민사회는 9ㆍ11테러 이후 아랍계 이민자에 대해 싸늘하고 위협적으로 변한 미국의 인심을 보았기에 새로운 반한(反韓)감정이 고조될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즉각 대책회의를 열어 미국 내 요로에 우리의 견해와 입장을 전달하고, 교민사회를 추스르고 나선 것은 당연하며 적절하다.

미국의 여론이 차분하고 이성적이어서 일단 다행스럽다. 언론 보도와 논평의 기조는 "용의자의 국적과 인종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며, 현장의 학생과 인근 주민들도 "한국에 대한 인식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한다.

오히려 사회문제 차원에서 총기사용 허용을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 15명이 사망한 1999년 콜럼바인고교 총기사건 직후 제기됐던 총기규제 문제가 정치적 로비로 좌절됐음을 지적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못지않게 충격으로 받아들이지만, 용의자의 국적이 한국이라는 것에 지나친 자격지심을 갖는 것은 사태 진정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국 교류 침체나 관계 악화를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거나 유학생과 교민에 대한 미국인의 혐오나 역습 운운하며 지레 경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이민자 가정의 자녀교육문제나 한인학생들의 미국사회 적응과 같은 문제는 별도의 맥락에서 그 현실을 따져 보고 개인 또는 사회 차원의 해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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