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지만 예전처럼 사활적인 시장은 결코 아니다.”
미국의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등 대미 무역 환경이 악화일로를 걸음에 따라 중국 경제계에서 대미 의존 탈피 정서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주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서 열린 중국 수출입 교역회(Canton Fair)에 참가한 중국 무역업자들은 미국시장 의존을 줄이고 수출시장을 유럽연합(EU), 아시아 등으로 다각화하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남성용 의류를 만드는 후바오 그룹의 황야송은 “미국 정부는 보호무역 정책을 강화하고 있지만 EU 등은 그렇지 않다”고 미국시장에 상당한 반감을 드러냈다. 항저우(杭州) 지린기계의 자오웨이는 “대미 수출은 제자리걸음이지만 아프리카, 남미에서는 급신장 중”이라며 “위안화가 절상되면서 대미 수출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재계가 미국 시장을 외면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환율 문제이다. 2005년 7월 위안화가 2.1% 절상된 이후 미국의 지속적인 압력으로 위안화는 지난 1년 9개월간 5% 정도 추가 절상됐다. 중국 업자들은 대미 수출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추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따라 중국 재계는 달러와 비교해 고평가되고 있는 유로화 시장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의 제1 무역상대는 미국(2,627억달러)이 아닌 EU(2,723억달러)이다. 중국의 대 EU 무역 증가율도 25.3%로, 24.2%인 대미 무역 증가율을 앞질렀다.
미국 기피 현상은 최근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아트지에 대한 보복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한 직후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면서 심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한 미 의회가 어떤 압력 카드를 꺼낼지 모르는 불확실성도 크다.
이런 상황들은 중국 정부와 재계에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일례로 레저용 스포츠카를 제작하는 창청(長城) 자동차는 미국시장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러시아와 중동지역만을 공략한다.
중국의 대미 무역 증가율은 2000년 30%를 상회했지만 2월에는 22.7%로 크게 떨어졌다. 시간이 흐르면 미국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대중 무역 압력도 위력을 잃을 것 같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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