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기 참사의 범인 조승희(23ㆍ영문학)씨에 대한 각종 증언이 계속 쏟아지고 있다. 동료학생, 교수, 이웃 등은 조씨는 외톨이 생활을 해서인지 반사회적인 행동도 일삼았다고 전하고 있다.
● 농구만 하는 외톨이
조씨는 고교시절 한인 학생은 물론 백인 학생들과도 어울리지 않았다. 웨스트필드 고교동창들은 “늘 혼자 조용히 지냈다”고 전했다. 한인 동창들은 조씨가 “언제나 통학버스 맨 앞 자리에 앉아 말을 걸어도 대꾸하지 않았다”고 기억했다. 그의 주소지인 버지니아주 센터빌의 이웃들도 “인사를 해도 받지 않았으며, 매일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조씨 가족은 백인들과 떨어진 이 곳 2층 집에서 살았는데 두 부모는 아주 조용하고 점잖다는 평을 들었다. 그의 누나는 2004년 프린스턴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이라크 재건사업에 뛰어든 맥네일테크놀로지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어린시절의 조씨가 외톨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 퀘스천 마크 키드
조씨의 이상행동은 대학입학 이후 최근까지 지속됐다. 우울증 치료를 받았을 것이란 추정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기숙사 룸메이트인 조지프 오스트(전기공학 2년)은 “말을 붙여도 조씨는 단어 한마디로 답변을 하고, 대화를 거부했다”며 “남자 혹은 여자 친구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오스트에 따르면 조씨는 아무런 장식이 없이 책과 옷이 전부인 자신의 방에서 늘 컴퓨터에 앉아 음악을 들었으며, 응시점이 없이 멍하니 책상을 바라보곤 했다. 수업 시간에는 강의실 맨 뒤에 앉아 있었지만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해 영국문학 수업에선 자신을 소개하는 서류 란에 의문부호(?)만 적었고, 교수가 “이름이 의문부호냐”고 물어도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동료 학생들은 그를 ‘퀘스천 마크 키드’로만 알고 지냈다.
● 폭력 숨긴 비행 청소년
그러나 조씨의 이상행동이나 숨겨진 폭력성에 대한 증언과 증거도 잇따르고 있다. 2005년 시작(詩作) 강의를 맡은 루신다 로이 교수는 “교실에서 모자를 눌러 쓰고 선글라스까지 착용했으며 휘파람을 불고 질문을 하면 20초가 지나야 대답을 했다”고 떠올렸다.
또 휴대전화로 책상 밑에서 여성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로이 교수는 “내 인생에서 만난 사람 중 가장 외로워 보였다”면서 “그의 작문을 보면 명시적이진 않지만 글 아래에 위협이 숨어 있었다”고 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로이 교수는 학교 당국에 이를 알리고, 조씨가 카운셀링 받도록 권유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조씨는 두서없이 화만 잔뜩 낸 장문의 답신을 보내왔다.
● 엽기적인 희곡 두 편
조씨를 학살로 이끈 폭력성은 그의 희곡에서 보다 적나라하다. 그가 4학년 희곡작문 과제로 제출한 희곡 두 편 가운데 ‘리처드 맥비프’에는 13세 아들이 어린이에 대한 이상성욕을 지닌 계부를 전기톱과 해머로 공격하고 질식사 시키는 내용이 전개된다. 다른 희곡 ‘미스터 브라운스톤’은 3명의 학생이 자신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교사를 죽이는 환상을 다루고 있다. 대사 가운데는 “그가 아이들을 피흘리게 한 것처럼 그가 피 흘리는 것을 보고 싶다”는 등 매우 엽기적인 내용이 가득하다.
● ‘한국인’ 색깔은 없어
조씨가 자신이 한국인이란 ‘색깔’을 드러낸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조씨는 고교는 물론 대학교에서 한인 학생들과 거의 어울리지 않았다. “한국학생 모임에도 나오지 않아 그가 누구인지 잘 모른다”고 한인 대학생들은 말했다. 조씨와 기숙사 하퍼홀의 같은 층에 사는 한인학생도 조씨를 알지 못했다.
범행 이틀전인 14일 조씨를 우연히 마주친 한인 유학생은 “그가 얼굴을 찡그린 채 화가 난 표정이었다“며 “시선을 일부러 피해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수사당국이 조씨를 범인으로 지목하자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 그의 존재를 확인하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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