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올드 보이’들이 봄날을 맞고 있다. 원로, 중진급 전현직 의원들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측의 잇단 러브 콜을 받으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는 것.
반면 얼마 전까지 당 개혁을 외치며 입바른 소리를 하던 소장파는 어느새 유력 대선주자 진영에 줄을 섰거나, 중간지대를 지키고 있다 해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숨 죽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역시 활력과는 거리가 먼, ‘올드보이 중심당’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18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김덕룡 의원 주최로 열린 ‘2007 대선, 재외국민 참정권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선 5선인 김 의원에 대한 예우경쟁이 벌어졌다.
이 전 시장측에선 이 전 시장이 불참한 대신 형인 이상득 부의장과 최측근인 정두언 임인배 의원이 참석했고, 박 전 대표는 김무성 최경환 유승민 이혜훈 의원 등을 대동했다. 박 전 대표는 “김 의원이 얼마나 존경 받고 인정 받고 계신지 잘 알 것 같다”고 김 의원을 한껏 추켜세웠다. 민주계와 수도권에 일정한 영향력이 있는 김 의원을 끌어들이기 위한 몸짓이다.
현재 이 전 시장쪽 중진은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과 신경식 양정규 전 의원 등이 있고, 박 전 대표쪽에는 서청원 전 대표가 최근 합류했다. 양측은 또 이회창 전 총재와 박관용 김수한 전 국회의장, 최병렬 전 대표와 홍사덕 전 의원 등에 대한 구애에 열심이다.
하지만 두 캠프에서 뛰고 있는 중진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대선에서 불법 자금을 수수해 당이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는데 일조한 사람들이다.
아울러 이들은 당내 세력확장에는 일부 도움이 될지언정 일반 국민에겐 ‘흘러간 물’로 비쳐져 당 전체 이미지 제고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당장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한나라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올드보이와 비리보이를 부활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소장파는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선 이회창 총재에게 대권과 당권분리를 요구하며 집단행동 일보직전까지 간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내내 조용하다. 소장파 모임인 ‘수요모임’은 이미 공식활동을 접은 상태고, 소속 의원들도 양쪽으로 갈렸다. 박형준 정병국 김희정 의원은 이 전 시장쪽에, 정진섭 신상진 의원은 박 전 대표 쪽에 가깝다.
소장파 몫 최고위원인 권영세 의원은 “위에서 아래까지 모두 줄 서는데 한창”이라며 “우리가 비난해온 계파정치의 부활과 다름없는데 이런 구태정치를 국민이 어떻게 볼지 걱정”이라고 비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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