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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총기사건 충격/ 피눈물 흘린 블랙스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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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총기사건 충격/ 피눈물 흘린 블랙스버그

입력
2007.04.18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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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상 최악의 총기참사가 빚어진 버지니아공대는 사건 이틀째인 17일(현지시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물결로 가득했다.

CNN 등 미국 방송들은 이날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의 명단과 생전의 그들을 추억하는 특집 등을 반복해 방영했고, 추모예배에 운집한 수 천명의 희생자 유족과 학생, 학교 관계자 등은 이 학교 응원구호인 ‘호키스(Hokies)’를 연호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한인 학생들도 대거 추모 대열에 합류해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학생들은 범인 조승희씨가 한국인이란 사실 때문에 불안한 표정을 보이기도 했으나 미국 학생들은 차별이 없을 것이라고 오히려 위로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 버니니아공대 캐슬 콜로세움에서 열린 희생자 추모예배에는 희생자 가족과 함께 수 천 명의 학생들이 대학의 상징인 주황색 셔츠를 입고 행사 2시간 전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여들었다. 특히 행사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가 참석해 국가적인 애도를 표했다.

행사 연단 왼쪽 맨 앞줄에 앉았던 부시 대통령은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연단에 올라 “슬픔에 가득 찬 가슴으로 오늘 블랙스버그에 왔다”며 “오늘은 버지니아공대 식구들을 애도하는 날이며 온 나라가 슬픔에 잠긴 날”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런 비통한 때에 이 나라의 모든 국민은 여러분을 생각하고 있고, 고통 받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평안함이 깃들 수 있기를 하느님께 간구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분이 반드시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참석자들을 위로했다.

부시 대통령은 추도식장으로 출발하기 앞서 버지니아공대 총기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조기를 정부기관 건물에 22일까지 게양토록 지시했다.

대학원생인 게리 시먼스는 학생들을 대표해 읽은 추도사를 통해 “나는 희생자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추도식에 참석했다”며 슬픔을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졸지에 동료를 잃은 학생들은 행사가 진행되는 도중 눈물을 참지 못하고 오열했으며, 일부는 서로 껴안고 기대며 슬픔을 나누기도 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기숙사와 공대 건물 앞에는 학생들이 헌화하며 희생자를 추도했다. 오후 8시에는 사건이 발생한 노리스홀 앞 드릴필드 광장에서 촛불 추모 집회가 열렸다. 추모집회가 열린 광장 주변 나무에는 추모를 의미하는 검정색과 학교를 상징하는 오렌지색, 자주색 리본이 내걸렸다.

학부와 대학원을 포함해 약 500명인 한인 재학생들도 충격과 허탈감을 딛고 대거 추모대열에 합류했다. 특히 현장에는 이번에 팔과 옆구리, 손 등에 총격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죽음의 위기를 넘긴 한국 유학생 박창민(토목공학 석사과정)씨도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모습을 드러낸 한인 학생들은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함께 이번 사건의 여파를 크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유지연(패키징전공.석사과정)씨는 “처음 소식을 접한 뒤 같은 한국인으로서 죄의식 같은 걸 느꼈고, 왜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 일로 한국 유학생들이나 동포들이 피해를 볼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미국인 교수님과 이 사건에 대해 얘기하면서 미안하다고 얘기하니까, ‘전체 한국 유학생들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며 죄의식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오히려 위로했다”고 전했다.

김동완(컴퓨터공학 전공.박사과정)씨는 “개탄스럽고 안타깝다”며 “한인 학생들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 친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행사에 참석했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동참하도록 전화했다”고 말했다.

한편 재학생들은 단위별 모임 등을 통해 향후 대책을 강구하기도 했다. 조용주(컴퓨터공학 전공.박사과정)씨는 “재학생들간 모임을 갖고 한인 학생들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전하며 미국 친구들의 오해를 풀기도 했다”고 전했다.

블랙스버그=미주한국일보 이창렬.안성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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