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버지니아공대 참사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한마음 한 뜻으로 나서고 있다.
미 전역 한인동포 집단 거주지역에서는 17일 오후 추모예배를 비롯한 각종 추모 집회가 계속됐다. 각 지역 한인 단체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통해 추모기금 조성 계획 등을 마련하는 등 추모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추모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한국인들의 움직임은 이번 총격사건으로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퍼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진실된 마음으로 희생자들의 고통에 다가간다면 미국 사회도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반영하고 있다.
조승희씨의 부모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를 비롯, 워싱턴 D.C., 메릴랜드주 등 인접한 3개 지역 한인회와 한인교회협의회는 17일 밤 버지니아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에서 기독교 신자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예배를 가졌다.
이들 단체들은 이어 비상 대책위원회를 열고 추모기금을 조성키로 하는 한편 조문단 파견, 미국 언론에 대한 적극적 홍보 등 구체적 행동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이태식 주미 대사는 추모예배에 참석해 희생자 유족은 물론 미국 사회 전체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자성하자는 뜻으로 32일간 금식을 하자고 한인사회에 제안했다.
워싱턴 한인회의 김영근 상임고문은 “이번 사건으로 미국 사회가 엄청난 충격에 빠져 있는 만큼 우리 동포들이 나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유족들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 추모기금을 조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뉴욕, 뉴저지 지역의 한인 단체들도 17일 저녁 특별 대책회의를 갖고 이번 사건 희생자들에 대한 추도집회 추진위원회를 결성했다.
로스앤젤레스 등 미 서부 지역의 각급 한인단체들은 한인회 강당에서 기독교교회협의회 주최로 열린 추도 촛불예배에 참석했다.
이날 로스젤레스 지역의 미국 시민단체들은 17일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으로 인해 한인 사회가 희생양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 한인 동포사회의 움직임에 화답했다.
국내에서도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미국 최악의 총기참사 사건의 범인이 동포 학생으로 밝혀지면서 시민들은 미안함과 자괴감을 감추지 못했다.
언론사와 주요 포털이 마련한 인터넷 추모 게시판에는 수많은 네티즌이 참여해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사건과 관련한 기사에도 검은 리본(▶◀)을 단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17일‘다음’의 아고라에 개설된 ‘총기난사_애도를 표합니다’라는 제목의 네티즌 청원코너에는 이날까지 8,000명이 넘는 네티즌이 다녀갔다.
아이디 ‘해피언니’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허무하게 갔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두 손 모아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했고, ‘iktos’는 “한국인이 그런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에 더욱 맘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주한 미국대사관도 조기를 내걸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라이트코리아’ 등 보수단체들은 이날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희생자 추모집회를 연 뒤 미국 희생자 가족들에게 보낼 애도의 뜻을 담은 추도문을 미 대사관 측에 전달했다.
■ 추모 웹사이트 'April 16 Memorial' 네티즌 줄이어
추모의 물결은 인터넷 공간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버지니아공대 학교 홈페이지(http://www.vt.edu)나 별도로 개설한 웹사이트 'April 16 Memorial'(http://rosa.hosting.vt.edu/index.php/memorial/)에는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네티즌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인은 물론 누구나 이곳에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추모의 글을 남길 수 있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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