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총기사건 충격/ 풀리지 않는 범행동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총기사건 충격/ 풀리지 않는 범행동기

입력
2007.04.18 23:34
0 0

조승희(23)씨는 왜 희대의 총기 난사를 했을까. 단순히 치정 때문에 2시간30분 간격을 두고 32명에게 총격을 가했을까.

사건 3일째인 18일 현지 경찰은 정확한 범행동기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직접 증거나 단서가 없는 데다 서로 다른 정황과 증언이 제기되면서 의혹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조씨의 스토킹 경력, 엽기적인 희곡, 부잣집 아이들에 대한 분노 등도 치정에 의한 단독범행이란 경찰 추정을 흔들고 있다.

경찰의 ‘치정론’에 따르면, 동물학 전공인 1학년 에밀리 힐셔(18)가 동기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씨는 16일 오전7시15분께(현지시간) 존스턴 홀 기숙사 4층에서 에밀리와 말싸움을 한다.

에밀리는 다른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즐기고 막 기숙사에 돌아온 때였다. 언쟁 끝에 조씨는 자기방에서 권총을 가지고 돌아와 에밀리, 그리고 언쟁을 말리던 옆방 대학원생 리얀 클라크(22)를 살해했다. 따라서 다른 남자와 사귀는 에밀리에게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는게 경찰의 추정이다.

그러나 에밀리의 친구이자 룸메이트인 헤더 호(18)는 “두 사람이 서로 모르는 사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아는 한 에밀리는 조씨를 몰랐다”며 “에밀리는 다른 대학에 다니는 남자 친구가 있다”고 했다.

조씨가 1차 범행 후 남긴 메모에서 “너 때문에 이일을 저질렀다(You caused me to do this)”며 지목한 ‘너’가 에밀리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이 언쟁을 한 것을 보면 적어도 면식이 있는 사이로 추정할 수 있다. 이런 정황을 종합하면 스토킹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조씨의 룸메이트는 그가 기숙사 같은 층 여학생 3명을 스토킹했다고 증언했다.

더구나 에밀리는 밝은 성격에 항상 미소를 띠고 누구에게나 상냥해 조씨도 호감을 갖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비정상적으로 접근하는 조씨를 에밀리가 거부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엽기행각 역시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다.

조씨가 드러낸 사회 불만이나 종교적 행각도 범행동기 파악을 어렵게 하는 부분이다. 그는 ‘부잣집 아이들’과 ‘기만적인 허풍쟁이들’을 비난하는 글을 남겼다. 또 자신의 팔에 이슬람 색채를 느끼게 하는 ‘Ismail Ax(이스마엘의 도끼)’라는 글을 써놓았다.

물론 그가 외톨이로 지내며 타인이나 인종에 대한 편견을 키웠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미 교포사회에선 졸업을 앞둔 조씨가 사회진출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모에 대한 부담도 범행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어떤 수사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미국과 한국 사회는 엄청난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범행동기가 개인적 문제로 결론이 나면 미국에 약 10만의 유학생을 보낸 한국사회가, 사회적 문제로 드러나면 이를 잉태시킨 미국 사회가 홍역을 앓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