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2,3세들의 코스닥 진출이 늘면서‘은수저’테마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후광 효과에 거는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재벌가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를 형성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SK그룹 창업주인 최종건씨의 동생인 최종관 전 SKC 고문의 장남으로 SK글로벌 상무이사를 지낸 최철원 마이트앤메인 대표는 16일 코스닥 상장업체인 디질런트FEF를 통해 우회 상장했다.
SK그룹의 물류사업을 담당해온 마이트앤메인은 육상운송 사업에서 해상운송으로 확장하기 위해 자금조달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상승장인 코스닥 시장에서 우회 상장한 것이다. 디질런트FEF 주가는 4일 연속 상한가를 치며 18일 1,585원을 기록했다.
마이트앤메인은 또 통신 자회사 M&M Lynx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업체의 인수를 타진하면서 인수합병(M&A) 소재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으로 GS그룹 계열사인 코스모의 허경수 회장은 10일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이로직스 유상증자에 103억원을 출자, 코스닥 업체 주주가 됐다. 에이로직스는 허 회장의 출자일을 전후로 9일 연속 상한가 행진을 거쳐 18일 2만6,7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의 최대 화제주였던 레드캡투어(옛 미디어솔루션)도 ‘은수저 테마’의 수혜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최대 주주인 구본호씨는 LG그룹 창업주 동생인 구정회씨의 손자로 LG그룹의 물류사업을 담당하는 범한판토스와 범한여행의 대주주다.
범한여행이 지난해 10월 미디어솔루션을 통해 우회 상장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8,000원대 주식이 연말에는 4만3,000원까지 급등했다.
또 올 초에는 구씨가 투자한 또 다른 회사 액티패스가 2,300원에서 보름 만에 1만8,000원까지 폭등했고 비에스지와 소프트포럼 등도 그가 손을 댔다는 소문만으로 주가가 치솟았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일가도 우회상장 테마에 급등락하는 코스닥에서 유명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홍 회장의 두 자녀는 지난해 에스티씨라이프에 이어 올 초 반도체장비 제조업체인 에이.에스.이 지분을 인수하며‘은수저 테마’를 주도했다.
한편, 두산그룹의 ‘형제의 난’ 이후 그룹에서 해임된 박중원 전 두산산업개발 상무도 지난달 말 코스닥 기업인 뉴월코프(옛 가드랜드) 대표로 경영에 나서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재벌가 2,3세들이 코스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단기차익만을 노리는‘먹튀’에 대한 경계의 소리도 나온다. 이들의 투자소식이 모 기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확대되면서 주가는 급등하고, 급등장에서 대주주의 지분매도 소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시황이 좋아지면서 재벌 2, 3세들의 코스닥 진출이 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모 기업이 당연히 뒤를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보다는 사업전망과 경영능력 등을 꼼꼼하게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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