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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CO₂! 친환경이 경쟁력이다] 환경컨설팅 기업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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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CO₂! 친환경이 경쟁력이다] 환경컨설팅 기업 탐방

입력
2007.04.1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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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론티어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이산화탄소(CO2) 같은 온실가스를 돈으로 바꾸는 마술사 같은 회사다.

회사 이름처럼 환경(Eco)의 새로운 장을 여는 개척자(Frontier)다.

기업마다 공장에서 배출된 폐수나 굴뚝의 연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않을까 전전긍긍한 1995년, 이 회사는 환경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미래 세대의 생존 능력이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지속가능경영의 시대’를 준비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경역공학)을 밟던 정해봉(현 사장), 미국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은 정정만(부사장), 영국 MBA 출신의 임대웅(경영기획실장) 씨등 다섯 명은 서울 동대문구 홍릉의 KAIST 건물 내에 486컴퓨터 4대와 전화기 몇 대를 갖고 ‘에코 경영컨설팅’이란 간판을 내걸었다.

문을 연 뒤 이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세미나나 컨퍼런스가 개최되면 현장으로 달려가 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했다.

축적된 에코의 노하우는 먼저 국내 대기업들이 인정했다. 창사 초기 에코 멤버들은 삼성과 현대, 대우 등 국내 10대 기업을 순회하며 환경 경영을 설파했다. 그리고 지금은 탄소배출권에 관한 프로젝트 개발, 유엔 승인, 그리고 배출권 거래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골리앗을 이긴 다윗 에코

에코프론티어 정정만 부사장은 지난해 이맘때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의 한 호텔에서 사흘 밤을 꼬박 새며 ‘초근목피’(草根木皮) 생활로 회사를 꾸렸던 IMF 외환위기 시절을 회상했다. 당시 그는 국내 대기업이 환경컨설팅을 중단하자 문을 닫을 위기까지 몰렸지만 세계 최고의 환경 컨설팅회사로 우뚝 서겠다고 수없이 다짐했다.

정 부사장은 연간 수백억원의 수익이 걸린 지난시 CFT사의 탄소배출제어 시공계약을 따내기 위해 그곳에 머물고 있었다. CFT사는 이산화탄소(CO2)보다 지구온난화의 폐해가 1만1,700배나 큰 HFC-22(수소불화탄소)를 제거하면 유엔으로부터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회사다. CO2로 환산하면 연간 400만톤, 거래가격을 톤당 10달러로 계산하면 배출권 거래 규모는 연간 400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훨훨 날았지만 국제 지명도에서 떨어진 에코는 CFT 사장과 면담조차 불가능했다. 운이었을까, 집요한 노력 덕분이었을까. 나흘째 되는 날 밤 CFT사의 자오 쿠오펭 사장은 드디어 정 부사장에게 면담을 허락했다. 정 부사장은 CFT의 3분의 1 규모인 울산화학을 자문했던 경험으로 자오 사장을 설득, 어렵사리 수십여 개 중 하나의 후보사로 선정됐다.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지만 경쟁자는 미쓰비시, 미쓰이 등 일본 대기업과 세계적인 유럽의 탄소배출권 제어 회사들이다. 이들과의 경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몇 차례의 설명회를 무난히 넘긴 에코였지만 자금 조달능력에서 약점이 드러났다. CFT사의 위탁을 받아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탄소펀드 회사인 ‘Climate Change Capital’(CCC)측이 문제를 삼았기 때문이다.

정 부사장은 CCC의 영국인 총괄메니저에게 편지를 썼다. “현대그룹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께서는 한국에 도크 하나 없을 때 한국 지폐에 있는 거북선을 영국의 주문사에 보여주며 한국의 선박 제조 기술력을 설명했습니다. 영국 회사는 정 회장을 믿고 선박을 주문했고, 정 회장은 훗날 세계 최고의 선박회사를 키워냈습니다. 에코는 지금 자금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또 한 명의 영국인이 에코의 기술을 믿어 준다면 에코는 제2의 현대가 될 것입니다.”

편지에 감동했는지 CCC는 더 이상 에코의 자금력을 문제 삼지 않았다. 기술, 자금, 법률 등 까다로운 심사 끝에 에코는 국내 업체로는 최초로 해외에서 탄소배출권 사업을 따냈다.

●제2의 도약

에코프론티어는 해외 탄소배출권 사업에 본격 뛰어들고 있다. 내달 보르네오섬 북쪽 말레이시아 사바지역에 위치한 국가공업단지에 발전소를 착공한다.

석탄이나 석유를 이용한 발전소가 아니라 식물의 찌꺼기를 태워 전기를 만들어 내는 ‘바이오 매스’ 발전소다. 이 사업은 전기생산으로 수익을 창출할 뿐 아니라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유엔으로부터 청정개발체제(CDM)사업으로 인정 받을 수 있다. 곧 CO2 배출권까지 확보하게 돼 일석이조의 부를 창출한다.

에코프론티어의 고객은 다양하다. 세계적인 환경 및 지속가능성 평가 회사인 ‘이노베스트’와 파트너십을 맺고 국내 대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 또 산업자원부, 환경부 등의 환경 기술과 정책을 자문한다. 국내 기업의 사회윤리적 책임을 주장하며 출범한 사회책임투자(SRI)펀드는 거의 에코프론티어가 친환경, 사회적책임, 지배구조를 분석해 평가하고 있다.

정해봉 사장은 “지난 10년간 환경?지속가능발전에 관한 끊임없는 정책연구 및 솔루션 개발과 현장의 컨설팅 활동을 통해 경제, 사회, 환경의 상생을 위해 노력했다”며 “경영활동에서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환경경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영기자 dysong@hk.co.kr

■ 환경 칼럼/ 서로 소통하는 '돌봄' 사회로

‘합리적 이성’을 내세우며 유토피아를 건설하던 때가 있었다. ‘만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이루어내기 위해 도시와 공장과 관공서와 학교가 만들어졌다. 그 시대는 봉건적 질서로부터 벗어나는 것 자체로 기쁨이 충만했고, 미래를 위해 참고 일하면 보답이 오는 시대였다.

그렇게 지속된 ‘근대기획’은 최근 급속하게 해체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이 주도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가와 대기업은 점점 부유해지는데 일자리는 없어지고 있다. 그나마 취직한 행운의 청년들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자신이 ‘소모성 건전지’일 뿐이라는 자각 속에 허탈해 한다. 역사의 진보가 아닌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울리히 벡은 이런 ‘후기 근대’를 ‘위험 사회’라고 불렀다. “하면 된다”는 시대가 아니라 “할수록 망치는” 시대라는 의미에서다.

그러나 관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간 물량주의, 효율성, 지표, 그리고 ‘세계 최고’ 등의 단어를 중심으로 건설된 거대 국가와 기업조직은 이제 ‘성장 지수’가 아니라 ‘행복 지수’를 중요하다고 말하긴 하지만 실제로는 기저를 바꾸어내지 못하고 있다.

무한 경쟁원리의 신자유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더욱 ‘도구적 합리성’이 기세를 부리면서 ‘삶ㆍ소통’의 영역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도구적 합리성’과 ‘소통 합리성’의 불균형을 어떻게 바로 잡아낼 수 있을까?

서울을 “친환경의 메카로 삼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선언은 이런 시점에서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막대한 전기를 사용하는 ‘청계천 생태사업’에서 진일보한 사업이라 하겠다. 오 시장은 친환경 에너지 선언을 현실화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소와 친환경적 시청사, 그리고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제로 하우스’ 등을 건립하고, 2020년을 목표로 서울시 친환경 에너지 기본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이 사업 구상에 소프트웨어 차원의 해법은 잘 보이지 않는다. 기술과 돈과 권력은 어디까지나 도구이며, 핵심은 ‘사람’이다. 환경친화적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을 길러내는 교육 문화 사업 없이 생태사업이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생태평화적으로 잘 조성된 월드컵공원 내에 자연에너지를 사용하는 텔레토비동산이나 스머프마을과 같은 작고 아담한 학습공간이 집처럼 여럿 들어서, 이곳을 찾는 가족들이 모처럼의 나들이에서 함께 노는 것만으로도 환경친화적 감수성을 높여가게 되는 사업은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고도압축적 근대화를 위해 ‘돌진적 삶’을 살아온 산업 역군들이 그간의 피로와 상처를 치유하는 ‘느림’의 시공간은 또 어떤가?

CO2를 줄인다는 것은 삶의 기본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고, 근대주의를 넘어서서 대안적 미래를 만들어갈 때 가능하다.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게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성장 사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이제는 ‘선언하고 밀고 짓는 토건국가’에서 ‘소통하면서 서로를 살리는 마을을 만드는 돌봄 사회’로 전향적 선회를 해내야 한다. 친환경 에너지 도시를 만들어내겠다면 우선 ‘돌봄’ ‘소통’ ‘학습’과 같은 개념들과 먼저 친해지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조한 혜정 (연세대 사회과학대 교수, 문화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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