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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총기참사/ 피해 키운 늑장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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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총기참사/ 피해 키운 늑장대처

입력
2007.04.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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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공대(버지니아텍) 총기 참사는 대학당국과 경찰의 오판과 늦장대응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16일 아침 7시15분(현지시간)께 학내 기숙사인 웨스트 앰블러 존스턴홀에서 1차 총격 살해 사건이 발생한 뒤, 9시45분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홀에서 대량 살상이 빚어지기까지는 약 2시간30분 시간차가 있었다.

그러나 이 시간 동안 대학 당국과 경찰은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아 범인이 노리스홀을 휩쓸고 다니면서 학생들을 즉결처분 하듯 학살하도록 방치한 셈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오전 7시15분께 교내 운동장과 체육관 인근의 자리잡은 기숙사 존스턴홀에서 최초의 총격이 발생해 기숙 보조원인 라이언 클락과 여학생 한 명이 피살됐다.

출동한 경찰은 학생들에게 “용의자를 확보했으니 동요하지 말라”며 상황을 가라앉히는데 주력했다. 대학 당국은 9시26분께 “기숙사에서 총격이 발생해 경찰이 조사 중”이라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하지만 오전 8시부터 시작되는 강의는 정상 진행키로 결정됐다.

하지만 참사는 이메일 발송 직후인 오전 9시45분께부터 빚어지기 시작했다. 장소는 기숙사에서 약 800m 떨어진 공학부 건물인 노리스홀. 범인은 출입문을 체인으로 감아 잠근 뒤, ‘피의 살육’에 들어갔다.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장소는 학생 25명이 독일어 수업을 받고 있던 노리스홀 2층 207호. 이 강의실에서 생존한 4명 가운데 한 명인 에린 시헌(여.기계공학 전공 1학년)은 “강의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죽은 척 했다”며 치를 떨었다.

그는 범인의 인상착의에 대해 “신장이 180㎝에 약간 못 미치는, 다소 어린 아시안처럼 보였다”며 “보이스카우트 복장처럼 다소 이상한, 매우 짧은 소매의 황갈색 셔츠를 입고 그 위에 탄약이 든 것으로 보이는 검은 조끼를 걸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다른 목격자는 범인의 나이가 19세 정도로 보였다고 전했다.

시헌에 따르면 범인은 몇차례 강의실 안을 훔쳐보더니 권총 한 자루를 손에 쥔 채 출입문을 열었고 교실 안으로 1.5m 가량 들어선 다음 갑자기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시헌은 “범인은 조용했고 침착하게 총격에 집중했다”며 “마치 교실에 있는 학생들을 남김없이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범인은 이후 총격을 멈추고 나갔다가 30초 뒤 다시 돌아왔다.

시헌은 “생존자들의 음성을 듣고 다시 돌아온 것 같았다”며 “범인이 못 들어오게 문을 안에서 막고 있었는데 문에 대고 총을 다시 쐈다”고 전했다. 207호의 또다른 생존자인 트레이 퍼킨스(기계공학 전공2학년)은 “범인은 가장 먼저 교수의 머리에 총을 쏜 뒤 학생들에게 쏘기 시작했다”며 “약 1분30초 동안 30발 가량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범인은 노리스홀 살육 직후 권총으로 자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22구경 캘리버 권총과 9밀리 권총을 수거했다.

학내 경찰서장인 윈델 플린첨은 1차 총격 발생 후 휴강조치 등 비상대응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를 “기숙사 사건은 그 자체로 끝난 것으로 생각했고, 범인이 학교를 벗어나 달아났다고 믿을 만한 정황이 있었다”고 밝혔다.

대학 당국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대학측은 노리스홀 총성이 잦아들 때쯤인 9시55분이 되어서야 “총을 가진 괴한이 교내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2차 이메일을 냈다. 대학이 강의 폐쇄조치와 함께 학생들에게 돌아다니지 말라는 경고한 시간은 오전 10시16분이었다.

뉴욕=장인철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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