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 발광다이오드(EL)의 실용화를 위해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액정 등 디지털 소재 분야에서 막강한 국제경쟁력을 갖춘 일본은 첨단 소재인 유기EL 분야에서도 확실히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소니는 지난 12일 유기EL TV의 연내 상품화를 선언했다. 먼저 11인치형을 생산한 뒤 27인치, 30~40인치형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소니는 1월 미국에서 열린 가전쇼에서 11인치, 27인치 유기EL TV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라는 수식이 붙게 될 소니의 11인치형은 세로 16.6㎝ 가로 27㎝ 두께 3㎜의 초슬림 TV다.
도시바도 같은 날 2009년 말까지 유기EL TV를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21인치형 TV를 시험적으로 만들어 발표했던 이 회사는 32인치형의 제조ㆍ판매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마쓰시타전기도 유기EL TV의 상품화를 공언하는 등 시장이 급격하게 ‘유기EL판’이 됐다.
일본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업계의 예상보다 훨씬 빨리 유기EL TV가 등장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와 함께 액정과 플라즈마가 격전을 치루고 있는 TV시장에 대격변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난관도 많다. 유기EL은 유리 기판에 발라진 유기재료에 전압을 가하면 그 자체가 빛을 발하는 시스템이다. 전원이 필요한 액정TV 보다 훨씬 가볍고 얇을 뿐 아니라 화상이 선명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종이처럼 얇고 구부릴 수 있는 유기EL 디스플레이도 곧 실용화할 전망이다.
그러나 제조 비용이 많이 들고 대형화가 힘들다는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이 때문에 소니 등이 유기EL TV를 상품화한다 해도 당분간은 가격이 액정 TV의 2~4배에 달하는 등 대중화까지는 여러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시장 선점과 주도에 중점을 맞춘 소니는 이 같은 한계를 상품 생산 과정에서 점차 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도시바 측도 “가격과 크기 면에서 액정TV에 비할 바 아니지만 앞으로 대량생산으로 가격이 내려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유기EL TV의 보급시기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판단한 관련 업체들도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기EL의 핵심 소재인 발광 재료를 만드는 스미토모화학은 2008년 패널 생산 분야에 진출할 예정이다.
미쓰이화학 등도 발광 재료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 투자액을 크게 늘렸다. 이 같은 움직임은 연간 판매가 1억5,000만대를 넘는 세계 TV 시장에 유기EL TV가 본격 진출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밖에 일본에서는 차세대 형광등의 실용화를 앞두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유기EL 소재는 최첨단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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