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던 미국과 중국 간의 통상 협상이 '중국의 버티기' 전략으로 인해 다시 냉각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 봄철 연차총회와 선진 8개국(G7+러시아)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담에 이례적으로 한 단계 격이 낮은 리용(李勇) 재정부 부부장과 후샤오롄(胡曉煉) 인민은행 부행장을 대신 참석시켰다.
중국의 공식 해명은 "재정부장과 인민은행장은 더 중요한 국내 정책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 이 때문에 중국 위안을 중심으로 환율 문제를 비중있게 협의하기로 했던 G8 회동 등은 맥 빠진 채 진행됐다.
이어 16일(이하 현지시각) 워싱턴의 미 재무부 청사에서 열린 미ㆍ중 경제협력위원회 회동도 마찬가지로 중국은 재정부 부부장과 인민은행 부행장이 참석했다. 로이터통신은 양국 경제협력위원회 회의에 중국이 부부장과 부행장을 파견한 것이 2000년 이후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측이 이처럼 의도적으로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 것은 미국이 최근 양국 통상문제에 대해 공세를 펴고 있는 것에 대한 불쾌감의 표시라는 것이 언론의 분석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된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계관세를 적용키로 하고 최근 인쇄용지를 대상으로 선정했다.
미국은 또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지적재산권과 관련해 2건을 제소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홍콩의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미국과 진행해온 환경 및 에너지분야 15개 협력 프로젝트 협상을 아예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버티기에 대한 미국의 반응도 냉담하다. 클레어 로어리 국제담당 재무차관은 미ㆍ중 경제협력위원회가 "위안 문제에서 진전이 없었으며, 중국이 과거에 했던 것과 똑같은 얘기만 되풀이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태도로 볼 때 내달 23, 24일에 속개되는 미ㆍ중 경제전략회담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중국이 미국에 대해 버티기 전략을 쓰고 있다면, IMF에 대해서는 보다 직접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후 인민은행 부행장은 IMFㆍ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위안이 국제무역의 불균형을 가중하고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며, 오히려 보호주의의 폐해가 더 심각하기 때문에 IMF는 여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며 "(위안화 환율에 대한) 편향된 권고는 IMF 역할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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