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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선 르포] <3> 경기 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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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 재보선 르포] <3> 경기 화성

입력
2007.04.17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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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 화성시 남양동에 5일장이 섰다. 4ㆍ25 화성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3당 후보의 홍보 차량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앞 다퉈 시장 골목에 들어섰다.

이내 떠들썩한 홍보 음악이 시장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오랜 서민경기 침체에 찌든 상인과 시민들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그냥 쳐다볼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록달록 차려 입은 선거운동원들을 뒤로 한 채 제 갈 길을 갔다.

옷 가게를 운영하는 유경희(33ㆍ여)씨에게 “25일 투표할 거냐”고 물었다. 대뜸 “미쳤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그런 걸 왜 해요. 투표하나 안 하나 바뀌는 게 없는데”라고 했다. 시장을 찾은 홍봉선(80) 할아버지는 “시장이든 국회의원이든 찍어주면 죄다 임기를 못 채우고 나오는데 왜 찍어.

이제 다시는 투표 안 해”라고 말했다. 비리로 물러난 우호태 전 화성시장과 안병엽 전 의원을 꼬집은 말이었다.

그래도 장터는 좀 났다. 후보들이 한번씩 들르기 때문이다. 화성시내 번화가인 병점사거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이재형(43)씨는 “뭔 선거?”라고 되물었다. 길 건너편에 걸린 대형 선거 현수막이 무색해 보였다.

화성시는 보선이 치러지는 3곳 가운데 열린우리당이 유일하게 후보를 낸 지역이다. 한나라당 고희선 후보는 한나라당 대세론을, 40년 공직경험이 있는 우리당 박봉현 후보는 인물론을, 민주노동당 장명구 후보는 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내세워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러나 전직 대통령 아들의 출마(전남 무안ㆍ신안), 팽팽한 접전(대전 서을) 정도의 흥행 카드는 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고 후보의 지지도는 박 후보를 배 이상 앞서고 있다.

군데군데 걸린 선거 현수막만 없으면 선거가 치러지는 곳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한 선거운동원은 “이러다가 투표율이 25%도 안 나오겠다”고 걱정했다.

식당 주인 김인철(45)씨는 “고놈이 고놈이지만 지금 분위기상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겄어”라고 전망했다. “국회의원 도의원 시의원이 모두 한나라당으로 채워져서야 되겠는가”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역시 인물ㆍ정책은 없고 당만 남은 형국이다.

해질녘 남양동 시장 한 켠에서 윷을 던지던 유춘권(51)씨는 선거 얘기에 이맛살을 찌푸리며 담배부터 빼 물더니 “애들처럼 싸우지 말고 서민들이 먹고 살게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보 차량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능 정권’ ‘정권 교체’ ‘밀실 공천 심판’ ‘깨끗한 정치’ 등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려 왔다.

화성=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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