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카오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동결해제라는 최종 해법을 제시한 지 1주일이 지난 17일까지도 북측은 영변 핵 시설 폐쇄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북ㆍ중 공모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영변 핵 시설 폐쇄 신호는?
14일 북한 외무성은 “제재 해제가 현실적으로 증명되는 순간 바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핵 시설 폐쇄를 위해서는 우선 BDA문제가 해결됐다는 신호를 북측이 보내야 한다.
하지만 BDA 북한자금의 인출ㆍ송금과 관련한 북측의 직접적인 움직임은 없다. 정부는 이 때문에 최근 영변 핵 시설 주변에서 포착된 특이동향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량 및 사람의 움직임이 폐쇄조치를 감시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의 숙소를 짓기 위한 것이라 해도 BDA와 관련된 북측의 조치가 없는 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부 일각에서는 장기 지연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다만 BDA 북한 계좌 중 하나를 갖고 있는 대동신용은행 대외협상대표 콜린 매카스킬씨가 16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관련 계좌의 자금이 국제금융거래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자금이체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문제는 매카스킬 대표가 북측의 대리인인지, 아니면 대리인 행세를 가장하는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북측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내세운 것이라면 북측이 금명간 BDA문제 해결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할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개인적으로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데도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볼 때 북측의 대리인일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개인이나 회사를 광고하기 위한 차원일 수도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BDA해법에 문제 있나
중국측은 BDA문제와 6자회담 모두가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었다. 이 때문에 BDA의 돈세탁은행 지정 해제까지 얻으려는 중국이 북측과 교감 하에 북측의 버티기를 조장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BDA측이 미 재무부를 상대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것도 북ㆍ중 공모설의 방증이다. 그러나 이 경우 미국이 엄청난 권한남용으로 몰릴 수밖에 없어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히려 북한의 국제적 금융거래의 완전 정상화 유도설이나 15일 김일성 생일에 따른 지연설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도 “북측은 인출과 외환거래 정상화 두 가지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현재 국제금융거래의 규제는 미국의 압력보다는 은행의 자체 규제적 측면이 강해 북측도 여러 가지를 재 본 뒤 중국 역내 은행 등 적정 수준의 은행거래 정상화로 만족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정진황 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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