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재개정 문제가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 속에 갇혔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17일 국회에 각각 독자적인 개정안을 제출하고 팽팽히 맞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핵심은 ‘소득에 비해 어느 정도의 보험료를 내고(보험료율) 평균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의 연금을 받느냐(급여율)’ 하는 문제. 현재 보험료율 9%, 급여율 60% 수준이지만 이 경우 30~40년 내에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번의 우리당 개정안은 현행 안에 비해 ‘더 내고 조금 적게 받자’(각각 12.9%와 50%)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3월 임시국회에서 한나라당이 민주노동당과 공조해 ‘똑같이 내되 훨씬 적게 받는’(각각 9%와 40%) 개정안을 내고, 통합신당모임이 우리당 안을 배척하면서 결국 양쪽 법안이 모두 부결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한나라당 입장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우리당은 2주 간의 논의 끝에 17일 보험료율과 급여율을 한나라당안에 거의 맞춘 9%, 45%안을 타협안으로 내놓았다. 민주당도 이에 동조했다.
변수는 기초노령연금제. 한나라당은 2일 본회의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법안(65세 이상 노인 60%에게 평균소득 5%를 지급)을 폐기하고 자신들의 안(80%에게 10% 지급)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당은 재정 부담 증가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변수는 또 있다. 국회 의석 분포상 한나라당과 민노당(127+9석), 우리당과 민주당(108+11석) 모두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통합신당모임(23석)이 보험료율 11%, 급여율 45%의 독자적인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게다가 통합신당모임 소속 일부 의원이 국민연금법 개정을 대선 후로 미루자는 입장이어서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각 당이 획기적으로 양보하지 않는 한 4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처리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 상반기에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선을 의식한 정치권이 연금 개혁 논의 자체를 차기 정권으로 떠넘길 가능성도 있다.
정상원 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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